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됨에 따라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제약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강력한 보호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의약품 시장에서만큼은 시장 논리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미국 대선과정에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은 의료비 절감을 위한 과도한 약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했지만 접근 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약가가 이슈로 부상한 것은 지난해 미국 제약사 튜링의 최고경영자인 마틴 슈크렐리의 공이 컸다. 마땅한 대체약품이 없는 항생제 '다라프림'의 약가를 무려 50배 가까이 올렸다 철회하는 소동을 벌인 탓이다. 오바마케어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의 증가는 더 근본적인 이유였다.
클린턴은 직접적인 약가 규제를 천명해 왔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대한 제한, 만성 및 심각한 질환자의 처방약에 대한 본인 부담 제한, 제네릭 의약품 확대를 통해 약값을 인하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트럼프는 직접적인 약가 규제보다는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대신 해외의약품 수입을 확대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대체약이 마땅치 않은 희귀의약품이나 신약의 경우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바이오전문매체인 피어스바이오텍(FierceBiotech)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클린턴의 강력한 약가규제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바이오제약 주식들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Biopharma stocks jump as Americans vote for Trump)
국내의 한국투자증권 역시 "트럼프는 의약품 가격에 대해 자유경쟁 원칙을 주장해 신약개발 기업과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화이자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판매하는 셀트리온 길리어드 C형간염 치료제에 원료를 공급하는 에스티팜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인도 매체인 '비지니스 스탠다드(Business Standard)'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면서 값싼 의약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해제하는 트럼프의 정책이 인도 제약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트럼프 정책의 근간이 미국 시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보호주의에 있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