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2017년은 전세계 바이오산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CAR-T라는 새로운 치료제의 허가, 바이오마커 항암제라는 새로운 치료제 패러다임의 등장 등 의미있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약진했습니다. 바이오스펙테이터는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2017년 바이오산업 핵심이슈와 트렌드'를 정리해봤습니다.[편집자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투자를 받아 신생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방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다 보니 특정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올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관련 이슈를 묻자 관련 바이오텍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인간의 몸 안팎에 서식하는 미생물들과 유전정보를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불과 2~3년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이 가진 잠재력이 주목받으면서 어느새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급부상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 질환 뿐만 아니라 아토피와 같은 피부 질환, 비만이나 당뇨병과 같은 대사 질환, 그리고 최근에는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알츠하이머병,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과도 관련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이 없는 분야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올해는 특히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들이 주목받았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상피암(Epithelial cancer)에서는 환자의 PD-1 기반 면역치료 효과와 장내미생물 구성간의 관계가 깊다는 연구가 소개됐다. 프랑스의 구스타브 루시 암 연구소 연구진은 비정상적인 장내미생물 구성을 보인 환자들이 면역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 치료에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항생제(Antibiotics)의 사용이 ICI의 치료효과를 억제한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 MD Anderson 암 연구소 연구진은 인체 소화관계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흑색종의 면역치료 반응률과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항PD-1 면역치료를 받는 흑색종 환자의 대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장내미생물의 종류가 다양하게 존재하거나 특정 타입의 박테리아가 많이 존재하는 대상자가 면역항암제에 반응할 확률이 높게 나타나고 치료 효과 역시 더 길게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CBInsights)에 따르면 구강 질환, 피부병,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인공수정 실패 확률 진단,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약물 전달,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 진단 등 다양한 신생기업들이 최근 생겼다. 신생 아트프레드(ARTPred)는 체외 수정 과정에서 자궁에 이식하는 배아의 실패 확률을 예측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블루터틀바이오(Blue Turtle Bio)는 효소전달을 위한 약물전달플랫폼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를 세우고 다케다가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텍 핀치 테라퓨틱스(Finch Therapeutics)로부터 염증성대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 신약후보물질을 인수하는 등 빅파마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치료제 탄생에 근접한 기업들도 있다. 미국의 리바이오틱스(Rebiotix)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위장관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가장 빠른 파이프라인은 재발한 C.difficile 감염을 치료하는 물질로 임상 3상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에이오바이오미(AOBiome)는 MIT 화학연구자인 데이비드 위트락(David Whitlock) 등이 설립한 회사로 암모니아산화세균을 조절함으로써 여드름, 고혈압 등 전신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으로 경증 중증도의 여드름 적응증과 고혈압 적응증이 있다.
세레스 테라퓨틱스(Seres therapeutics)가 개발한 C.difficile 감염 치료제(SER-109)는 FDA로부터 희귀질환치료제(ODD), 혁신치료제(breakthrough medicine)로 인정받았으며 현재 다발적으로 재발한 C.difficile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2상을 준비하고 있다. 세렉스는 MD앤더슨 암센터와 파커 면역항암제 연구소와 협력해 미생물 기반 면역항암제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천랩, 지놈앤컴퍼니, 고바이오랩 등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클라우드 플랫폼인 바이오아이플러그를 정신 론칭했으며 고바이오랩은 1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칭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다. 국내 투자사들의 관심도 높은데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이스라엘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텍인 바이옴X(BiomX)에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고속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