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탄탄한 기술력과 촘촘한 영업망, 그리고 발 빠른 시장대응.
국내 분자진단업계 선두주자인 랩지노믹스를 방문한 후 떠올려진 이미지다. 지난달 말 새롭게 열린 민간 유전자 검사 시장에서 랩지노믹스가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랩지노믹스는 이 3개의 축이 균형을 이루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이사(49)는 최근 판교 본사에서 가진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가장 빠르게 투자하는 회사"라며 랩지노믹스의 강점을 소개했다.
랩지노믹스는 체외진단 및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자진단 전문 기업으로 2002년 설립됐다. 암 유전질환 감영성질환 분자진단에서 다양한 검사법을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개발하고 서비스하면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디지털을 통해 유전체 해독에 되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NGS)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3000개 이상 병원과 네트워크 구축
랩지노믹스의 강점은 국내 3000개 이상의 병원, 200개 이상의 산부인과 전문병원과의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노벨가드(소아 발달장애 유전질환 선별 검사), 앙팡가드(신생아 발달장애 염색체 이상 선별 검사), 맘가드(산모 기형아 선별검사)등의 아이템을 만들고 시장에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진 대표는 "국내 유전자 검사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카피작'이 곧바로 나오기 때문에 훌륭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면서 "따라서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영업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사진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진 대표의 독특한 이력도 '비즈니스'에 집중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국내 최초로 출시한 NGS-NIPT(Non-Invasive Prenatal Test : 비침습 산전 유전자 검사)는 대표적 성공케이스다. 맘가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검사는 산모의 혈액으로 태아의 기형여부를 미리 판별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산모의 배에 주사를 찔러 양수를 직접 채취하는 방식의 '양수검사' 와 임신 중기 기형아 검사인 '3중표지자 검사(트리플 검사)' ' 4중표지자 검사(쿼드 검사)'를 대체한다. 양수검사는 양수 채취의 어려움, 트리플·쿼드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임신 10주부터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도 NGS-NIPT의 장점이다.
진 대표는 "결혼 적령기가 높아지면서 NIPT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면서 "미국 등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효율성 모두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비만·탈모·피부 관리 DTC 론칭
랩지노믹스는 지난달 28일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민간 유전자 검사 업체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DTC(Direct-To-Consumer)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랩지노믹스에 쏠린 결과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체질량 지수, 탈모, 비만, 카페인대사, 비타민C농도 등 총 12개 항목 46개 유전자의 DTC서비스를 허용했다. 기존 의료기관 중심이 아닌 편의점, 온라인몰 등에서도 유전자 검사 서비스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랩지노믹스도 다이어트를 위해 맞춤운동과 식습관 개선을 제안하는 '제노팩(GenoPAC)' 서비스를 발매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한 탈모·피부 관리를 위한 추가 서비스도 곧 시작할 계획이다.
진 대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DTC 시장은 결국 커지게 될 것"이라면서 "기존의 병원 네트워크뿐 아니라 편의점 등 새로운 유통망을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DTC 서비스를 표방하는 업체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진 대표는 "NGS 플랫폼을 바탕으로 기술력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캔서패널 하반기 출시..생애 전주기 맞춤형 라인업 개발
랩지노믹스는 올해 하반기 야심작 캔서 패널(Cancer panel)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최적의 항암제를 골라내는 서비스로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와 함께 개발했다. 개인의 유전자 특성을 분석해 80세까지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을 분석하는 프리디스포지션패널도 준비 중이다. 결국 생애 전주기 맞춤형 유전자 검사 라인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진 대표는 "아직도 의료기관과 연계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개발할 아이템들이 많다"면서 "의료기관 연계 서비스와 DTC의 투트랙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중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 서비스가 어렵다면 유전자 검사를 '키트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진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신약 개발도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서 "분자 진단을 기반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회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