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자 피론티(Vincenza Pironti)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박사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과정에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동안의 백신 개발에 있어서는 기존 제조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고유의 복잡한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된다. 지난 10년간 H1N1 인플루엔자,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 에볼라, 메르스의 발생은 기존의 백신 개발방법에 대한 몇가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예를들어 지질나노입자(LNP)를 통해 운반되는 messenger RNA(mRNA) 이용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 기술의 도입 등 활발한 과학적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특히 이번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은 과학자들이 바이오제약사들과 함께 품질이나 안전성, 효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약품을 더 빨리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접근방식을 요구했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밀켄연구소(Milken Institute) 등과 같은 다양한 조직과 제약사들간에 전례없는 데이터 공유 및 활발한 협업이 진행되었다. 목표는 백신의 승인기간을 기존 10년이상에서 12~18개월로 단축하기 위한 것이었다.
백신 공급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백신개발 방식은 물론 이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과제를 극복해야 했다. 예를들어 새로운 개발법을 고안할 때에는 안정적이고 견고한 제조공정의 개발 및 적절한 포장재의 선택, 원자재 입수 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임상시험 결과를 알기 전에 수행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또한 공정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스케일업이 종종 시작되기도 하며, 개발중인 백신이 성공적인 임상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도 계속해서 발생한다. 코로나19(SARS-CoV-2) 백신은 수십억 회의 투여분이 매우 짧은 기간안에 공급되어야 하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안고 진행됐다.
기존 백신개발 플랫폼과 차세대 플랫폼의 차이
백신은 기존 플랫폼과 차세대 플랫폼의 두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완제생산 측면에서는 두 플랫폼 모두 장단점이 있다.
기존의 플랫폼은 MMR 및 소아마비(폴리오) 백신과 같이 생 약독화 또는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하며, 바이러스유사입자(VLPs)처럼 작용하도록 단백질 바이러스나 바이러스성 단백질 복합체로 형성된다. 이러한 플랫폼은 약독화된 바이러스가 독성을 회복하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물학적 안정성 수준의 전용시설이 필요하다. 대규모 생산을 진행하기 전에 광범위한 안전성 시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경우 스케일업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또한 바이러스유사입자 백신을 위해 여러 재조합 단백질을 동시에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생 바이러스 또는 약독화된 바이러스 플랫폼은, 단백질 기반 백신 대부분이 예방접종 후 항원에 대한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면역증강제(adjuvant) 없이 단순한 제제만으로도 상당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검증된 기술이다. 현재 시판중인 이같은 백신으로는 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가다실(Gardasil)' 및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 A형 간염, B형 간염 백신 등이 있다.
DNA 및 RNA 기반 차세대 플랫폼은 유전자 배열 정보만으로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백신개발에 상당한 이점이 있다. 이같은 플랫폼은 배양이나 발효가 아닌 실험실 합성만을 요구하므로, 후보물질이 약 16주 내에 초기 개발에서 초기 임상시험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신속성을 제공한다.
RNA 백신은 일반적으로 지질나노입자(LNP)로 알려진 리포좀 기반의 제제 또는 양전하를 띄고 있는 합성 고분자물질(polycation) 기반의 나노입자를 사용해 근육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일단 세포 안에 들어가면, 리보솜은 RNA 염기서열에 의해 암호화된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SARS-CoV-2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합성된 단백질 항원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종류의 백신은 기존의 백신보다 안정성이 떨어져 -70°C에서 냉장이 필요하므로, 적절한 콜드 체인 인프라가 없을 경우 공급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기존 백신 개발방식을 바꾼 새로운 기술 중의 하나로 바이러스 벡터(운반체)가 있는데, 이 또한 SARS-CoV-2 백신 개발 경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 벡터를 기반으로 한 백신은 높은 단백질 발현 수준 및 장기적인 안정성을 보이며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Ad)나 수포성구내염바이러스(VSV)와 같이 잘 알려진 여러 벡터 중 하나에 바이러스 관심 유전자(GOI)를 넣어 암호화한다.
이 백신들은 자가복제될 수도 있고 복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벡터 백신이 자가복제되면 세포 안에서 백신 항원이 생성되어 세포를 감염시키고, 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벡터가 백신 항원을 생성해서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게 된다. 복제된 바이러스 벡터로 면역시스템 노출이 증가하여 더 많은 세포들을 감염시킨다. 자가복제 바이러스 벡터를 개발하면서 연구원들은 바이러스를 조작하여 최대치로 복제할 수 없도록 제어하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연구원들은 일부 바이러스의 유전물질 일부를 제거해 복제 속도를 늦추고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능력을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면역시스템은 최종적으로 (보통 몇 주 안에) 체내에서 바이러스 벡터를 제거한다.
비자가복제 벡터 백신은 처음 세포에 들어간 후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 형성없이 백신 항원을 생성한다. 이 플랫폼의 경우 대규모로 생산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예를들어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는 SARS-CoV-2 단백질을 생성하고 면역반응을 자극하도록 지시하는 적절한 유전자 정보를 추가함으로써 세포내에서 성장하여 다양한 백신에 사용될 수 있다.
특정 바이러스 벡터에 대해 이전부터 존재하는 면역력은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정도)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임상시험 초기단계에서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백신의 또 다른 장점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수포성구내염바이러스 기반의 Ervebo 백신의 경우처럼 한 번 투여만으로 감염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해결을 위한 새로운 개발전략의 성과
백신 개발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임상 전 혹은 임상 1상 개발 중에 백신 후보물질 대부분이 실패하기 때문에 위험 정도가 매우 크다. 백신 제제 개발에 대한 고전적이고 체계적 접근법은 생물물리학적 특성과 안정제 선별, 면역증강제 상호작용, 멸균 여과과정, 용기 상호작용 및 안정성 연구 등을 다룬다. 이러한 각 요소는 선형적인 개발 순서대로 여러 단계에 걸쳐 발생하며 상호 보완적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수십억 회 투여분의 백신 생산에 투자하는 결정은 기존의 선형적 시간 소요경로가 아닌 임상시험 및 공정개발과 동시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임상시험, 제조, 개발 관련 부서에서는 사이즈 및 강도를 포함해 최종 제제를 최적화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명확한 접근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설비는 최종 제품 특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추기 이전에 구축되기 때문에, 향후 개발 및 제조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용이 용이한 접근방식을 갖추는 것이 상용 백신의 스케일업 및 검증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데 있어 핵심요소가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제약산업은 백신 개발에 있어 더욱 효과적이고 새로운 접근방식을 구상했으며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전례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의 엄청난 노력으로 백신이 빠르게 전세계에 공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류는 지금까지의 진전으로 미래의 잠재적 팬데믹 비상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기반을 마련했으며,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의 예측 불가능한 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새롭고 예방적인 접근 방식이 확립할 수 있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