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의료기기 분야에서 성공을 맛본 벤처 창업자가 안정적인 기업의 문을 박차고 나와 다시 스타트업행을 택했다. 지난 6월 나노·바이오 기술을 진단 기술에 적용해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딕스젠(DxGen)'을 창업한 이진우 대표(45) 이야기다. 15년 넘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의료기기 특히 체외진단기기 시장에 빠르고 성공적인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벤처 1세대, 다시 스타트업 창업자로
이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벤처 1세대다. 한국과학기술원을 졸업한 뒤 올메디쿠스사(1999년)에서 최초의 국산 혈당측정기 개발에 참여한 뒤 청년 창업가의 길을 택했다. 이후 진단의료기기(혈당측정기) 회사인 필로시스(Philosys, 2003년),휴빛(HUBIT, 2005년)을 잇따라 창업해 키워냈다.
특히 휴빛은 2010년 세라젬 그룹(세라젬 메디시스), 2015년 녹십자 그룹(녹십자메디스)에 인수되며 성공신화를 썼다. 벤처 창업가에서 시작한 이 대표의 이력도 국내 대형 제약그룹의 계열사 대표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다시 한번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아직 충분히 젊은데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다"면서 "제 몸속에는 벤처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첫 창업을 시작했을 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그는 "10년 전에는 창업 인프라가 없어 지인 사무실에서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1인 기업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격세지감이다. 대한민국의 창업 생태계가 이렇게 훌륭하게 갖춰져 있을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멀티마커 당뇨진단기로 해외시장 진출
딕스젠이 타깃으로 삼은 것은 당뇨 체외진단기기다. 개인용 혈당측정기를 개발해온 노하우를 살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당뇨 체외진단기 시장에 도전한다. 세상에 없는 '멀티 마커 당뇨 체외진단기'가 핵심 제품이다.
현재 당뇨 진단은 혈당(Blood sugar), 당화혈색소(HbA1c) 2가지 마커로 이뤄진다. 혈당은 측정 당시, 당화혈색소는 2~4개월 정도의 평균혈당 지표로 WHO에서는 2011년부터 당화혈색소를 당뇨진단에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화혈색소는 2~4개월의 평균치를 계산하다 보니 응급상황이나 저혈당을 구분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당화혈색소와 혈당의 중간 기간을 의미하는 지표인 '당화알부민(Glycated albumin)'과 '1,5 안히드로글루시톨(1,5 AG)'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당화알부민은 3~4주, 1,5 AG는 1~수일내 지표로 당뇨를 진단한다.
딕스젠은 4가지의 핵심 당뇨진단 마커를 의료 현장에서, 환자가 방문했을 때 즉시 측정결과를 제시함으로써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당뇨진단에 필요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4가지 당뇨진단마커를 모두 검사할 수 있는 일회용 스트립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2017년 국내 출시..중국·인도도 동시 공략
딕스젠은 해외 시장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을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은 의사를 만나기 전 1시간 내에 급진실에서 예비 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어 현장 체외진단기기 수요가 크다. 국내에서는 바디텍메드가 현장 체외진단기기 ' IchromaTM'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중국은 병원만 7만여개에 달하고 전문 당뇨 진단기기 시장은 개인용 혈당측정기 시장에 비해 10분 의 1, 2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중국, 인도에서 당뇨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고 설명했다. 딕스젠은 인허가 문제 등을 속히 해결하고 빠르게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딕스젠은 이번달 부터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들어가고 다음달에는 시제품 개발도 완료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내년 초 국내외 동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식약처 2등급 기기로서 감염설 질환이 아니어서 임상이 수월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대 교수 등 5~6명이 외부에서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돕고 있다.
◇"개발이 전부 아냐..영업마케팅 비중 높여야"
이 대표는 10년간의 창업 과정에서 느낀 것은 '개발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기술이 90이고 영업마케팅이 10 정도로 생각하고 개발 기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 과제를 신청할때 평가 요소인 기술의 독창성, 우수성, 경쟁사와 차별성 등에 현혹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사업의 경우 제품 개발 이후 양산에 들어가면 고정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 시기를 대비해 판매망을 구축하고 해외 파트너를 접촉하는 작업은 선행돼야 한다. "늘어나는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벤처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R&D 대비 시장 개척 비중을 턱없이 낮게 설정한다. 적어도 R&D와 영업마케팅 비중을 1대 1로 잡아야 한다"면서 "좋은 기술을 싸게 만들면 무조건 잘 팔릴 것이라는 건 대단한 환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내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큰 규모의 기업이 작은 스타트업의 우수한 제품을 제값을 주고 사거나 판매를 대행하고 스타트업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기업을 고객으로 삼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