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에 새로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기업이 문을 열었다. 바이오시밀러가 유망하다 보니 새로운 기업의 등장 자체는 큰 화젯거리가 아닌데 이 바이오텍은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모두가 주목하는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인슐린, 성장호르몬과 같은 1세대 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상당수가 시장에 나온 지 십수년이 지난 약들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다. 레드오션인 시장을 향한 무모한 도전이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관련 사업계획과 핵심 인력 일부만 공개됐을 뿐인데 자본이 몰린다. 벌써 국내외에서 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했고 앞으로 예정된 투자도 줄줄이 대기중이란다. 대체 어떤 기회가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인천 송도에 문을 연 신생기업 '폴루스(POLUS)' 이야기다.
◇1세대 바이오시밀러 레드오션 아니다
바이오시밀러라고 하면 주로 떠올리는 건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류마티스질환에 작용하는 신호전달 물질인 TNF-α를 타깃으로 하는 바이오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셀트리온)'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항체 의약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폴루스는 항체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인슐린, 성장호르몬과 같은 치료용 단백질 기반의 1세대 바이오의약품을 겨냥한다. 남승헌 폴루스 대표(회장)는 1세대 시장이 레드오션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있는 열린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남 대표는 "1세대 바이오시밀러는 시장규모는 큰 반면 경쟁이 별로 없으며 제품이 개발된지 오래돼 허가 등 각종 규정과 임상 프로토콜 등이 잘 정리돼 있다"면서 "단백질이 항체보다 단순해 개발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폴루스는 인슐린인 란투스(Lantus, 지속성), 휴마로그(Humalog, 속효성) 성장호르몬인 노르디트로핀(Norditropin), 황반변성 치료제인 루센티스(Lucentis) 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란투스의 글로벌 매출은 111억 달러로 휴미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휴마로그는 43억달러, 루센티스는 38억 달러로 각각 11, 13위에 해당한다. 노르디트로핀은 9억달러 규모다.
시장의 경쟁자도 많지 않다. 국내 및 인도 중국 등의 제약사들은 선진 시장 진출 노하우가 부족하고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는 높은 비용구조와 매출대비 바이오의약품의 높은 점유율을 고려하다보니 항체 바이오시밀러보다 상대적으로 약값이 저렴한 1세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실제로 화이자는 최근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의 권리를 페넥스(Pfnex)에게 반환하기도 했다.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는 일라이릴리·베링거인겔하임과 MSD·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공동으로 개발해 판매 및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폴루스는 이들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고품질·낮은 가격(50% 이하)으로 승부수
폴루스를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셀트리온'이다.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상용화한 셀트리온 성공신화의 한축을 담당했던 이들이 1세대 바이오시밀러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폴루스에 모여든 까닭이다.
남 대표는 LG생명과학, 셀트리온(부사장), 셀트리온헬스케어(수석부사장, 총괄)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개발, 생산, 허가, 글로벌 마케팅, 판매까지 바이오의약품 관련 A부터 Z까지 모두 경험한 현장 전문가다.
박주호 사장은 CJ종합기술원,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거치며 바이오시밀러 및 단백질의약품의 기획, 개발, 생산, 품질에 폭넓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셀트리온에서 바이오시밀러 공장 건설과 생산을 담당했던 김용직 전 사장, 소민영 전 부사장도 수석고문으로 합류했다.
폴루스의 경쟁력도 글로벌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론칭하는 과정에서 셀트리온에서 쌓은 노하우가 기반이다. 이를 바탕으로 적어도 가격경쟁력만큼은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것으로 자신했다.
남 대표는 "바이오시밀러의 성공 조건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최소의 자본 투입으로 높은 수율 달성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의 50% 이하의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되면 시장 점유율 40~50% 확보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약과 비교해 바이오시밀러가 갖는 장점도 그대로 적용된다. 1~2개의 임상시험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모든 적응증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축적된 임상 정보를 활용해 개발후 이상반응 등 약효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남 대표는 "10년 이상 형성된 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어 개발 후 시장 예측도 가능하다"면서 "재정 이슈가 있는 정부나 환자 입장에서도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수요는 당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2017년말 공장 완공..2020년 제품 출시
폴루스는 지금부터 불과 4년 뒤인 오는 2020년 첫 바이오시밀러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시밀러 공장 건설부터 임상, 허가 계획을 촘촘히 마련했다.
먼저 바이오시밀러 생산공장은 올해 인천 송도내 부지를 확정짓고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장은 2017년말까지 완공하고 2018년초 밸리데이션을 거쳐 임상시험을 위한 제품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파이프라인은 첫번째 제품군으로 란투스 바이오시밀러(PDP808), 노르디트로핀(PDP805)을 우선 선정했다. 란투스는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노르디트로핀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남 대표는 "성장호르몬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 허가받은 라벨시장보다 3~5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성장호르몬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인하로 인한 오프라벨 시장 확대와 수요 창출을 목표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폴루스는 두 후보군에 대한 현재 세포주 개발과 공정개발 단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말부터 미국과 유럽 등 25개국에도 임상에 돌입해 2019년말 허가까지 받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세계 시장에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두번째 제품군은 루센티스와 휴마로그로 2019년 임상에 돌입해 2021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 대표는 "2020년 출시를 대비해 2018년 하반기부터는 실제 제품을 생산해 매출이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 "2020년 제품 출시 이후 전세계 점유율이 5%만 되도 무차입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폴루스는 2025년에는 3조 8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가 투자 역시 구체화하고 있다. 남 대표는 "생산시설 건립과 임상 등을 위해 4000억~5000억원 정도 추가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면서 "현재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해외 유명 펀드 등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폴루스는 북극성을 의미하는 폴라리스의 라틴어다. 남 대표는 "북극성이 밤하늘에 길잡이가 되는 것처럼 가난하고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싶다"면서 "폴루스 수익의 일부로 글로벌 백신을 상용화해 저개발국가에 공급하는 꿈도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