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오는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의약품 허가 갱신제를 1년 남짓 앞두고 세부 규정이 윤곽을 드러냈다. 제약사들은 허가 갱신 대상을 분류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허가 갱신 수수료를 신설한 내용을 담은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의약품 허가 갱신 신청 수수료를 36만3000원(전자민원)·40만4000원(방문·우편민원)으로 책정했다.
제약업계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허가 갱신 수수료가 확정되면 지난 2009년부터 의약품 허가갱신제 도입을 추진한 이후 7년 만에 관련 규정 정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9월 의약품 허가 갱신제 제출 자료에 대한 세부규정을 담은 '의약품 품목 갱신에 관한 규정 제정 고시'를 공포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약사법 개정을 통해 근거가 마련된 의약품 허가 갱신제는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의약품은 5년 마다 효능·안전성을 재입증해야 허가가 유지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에 시판중인 의약품은 재평가라는 절차를 통해 16~20년에 한번 정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았다. 하지만 급속한 과학 발전에 따른 합리적인 평가체계 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 갱신제를 도입키로 했다.
2013년 1월1일부터 허가받은 의약품은 5년 마다 안전성·효능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식약처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아야만 판매가 유지된다. 2013년 이전에 허가받은 의약품은 식약처가 별도로 지정한 분류번호에 따라 2018년 9월30일부터 허가 갱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5년의 유효기간 동안 수집된 안전관리에 관한 자료 및 조치계획, 외국에서의 사용현황 및 안전성 관련 조치에 관한 자료, 유효기간 동안 수집된 품질관리에 관한 자료, 제조·수입 실적에 관한 자료 등이 자료 제출 대상이다.
지난 2013년 1월에 허가받은 종근당의 ‘베로탁셀1-바이알주’, 보령제약의 ‘카나브플러스6/12.5’, 대웅제약의 ‘옴니퓨어350주’ 등은 2018년 1월까지 허가 갱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약사 입장에선 사실상 2018년부터 본격적인 의약품 허가 갱신제가 시행되는 셈이다.
지난 19일 기준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은 4만1099개로 집계됐다. 이중 허가 갱신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수출용 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 생물학적제제, 미판매 의약품 등을 제외하면 허가 갱신 대상은 2만여개 품목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의약품 허가 갱신 수수료가 얼마로 책정될지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수수료 규모에 따라 보유 중인 의약품의 허가 갱신 여부에 따른 세부 계획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기준 의약품 제조업체는 총 299곳인데, 업체당 평균 60여개 품목이 5년 마다 한번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에 책정된 수수료(36만3000원)를 적용하면 업체당 5년마다 2000만원 이상을 부담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제약사들은 허가 갱신 대상을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판매량이 많지 않거나 판매 실적이 없는 제품에 대해 적잖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허가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허가 갱신제 도입에 따른 업무량 증가를 대비해 추가 인력을 충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부 영세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허가 갱신제 도입에 따른 비용 및 업무 부담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기존에 문헌재평가의 경우 별도의 수수료가 없었는데 허가 갱신 신청 수수료가 책정돼 별도의 예산도 책정해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안전성 자료가 많지 않은 일반의약품과 제네릭 제품의 경우 허가 갱신 자료 마련에 고심이 크다”고 토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안전관리를 위해 허가갱신제를 도입했다”면서 “제약사들이 판매하지 않는 의약품에 대해 허가 갱신을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허가 갱신 대상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