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서 씨티씨바이오는 ‘재미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993년 동물의약품 판매 업체로 시작해 국내 동물의약품 분야 점유율 1위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인체의약품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십년 연혁을 자랑하는 제약사들이 만들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개량신약을 ‘뚝딱’ 개발해낸다. 혁신신약은 아니지만 세계 두 번째 조루치료제, 세계 첫 필름형 비아그라 복제약(제네릭) 등 기존에는 없는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과시한다. 유수의 국내제약사들로부터 연신 의약품 공급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페링, 애보트, 테바 등 굴지의 다국적제약사들과 수출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씨티씨바이오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전홍렬 부사장은 “우리는 신약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제제 연구 기술은 자신있다. 글로벌제약사들과의 수출 계약을 통해 입금된 금액이 연구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씨티바이오는 지난해 말부터 애보트 등과의 수출 계약으로 약 100억원 가량을 받았다. 영업이익률 10%로 계산하면 약 1000억원 매출 효과와도 같다는 설명이다.
◇필름형 의약품의선두주자로 유명세..해외시장서 필름형 허가받은 유일한 제약사
제약업계에서 씨티씨바이오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분야는 필름형 의약품이다. 지난 2012년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자 국내제약사들은 무더기로 복제약(제네릭)을 쏟아냈는데, 이때 씨티씨바이오는 제네릭을 필름형으로 만들었다.
필름형 제품은 알약 모양의 의약품을 종이 껌처럼 얇은 필름 형태로 만들어 물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개발한 약물이다. 지갑에 넣고 다닐 수 있어 휴대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감추고 싶어하는 심리를 겨냥한 전략적 판단도 고려됐다. SK케미칼의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S'가 국내에서 발매된 첫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로 평가받지만 이 제품은 씨티씨바이오의 안산 공장에서 생산된다. 씨티씨바이오가 SK케미칼의 안산 공장을 인수한 이후 필름형 의약품 제조공정을 구축했고, 이 시설을 활용해 SK케미칼이 엠빅스S를 생산했다. 씨티씨바이오는 또 다른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도 필름형으로 내놓았고 총 30여종의 필름형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제약, CMG제약, 씨엘팜텍 등이 필름형 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씨티씨바이오가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필름형 의약품의 해외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씨티씨바이오는 다국적제약사 테바에 필름형 비아그라 제네릭을 수출했고, 애보트는 필름형 시알리스의 판권을 사들였다.
필름형 비아그라의 경우 러시아, 레바논, 이집트, 이라크,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에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전 부사장은 “현재 필름형 비아그라는 35개국에서 허가가 진행 중인데 내년까지 20개국에서 허가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수출국별로 최소 발주 물량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필름형 시알리스는 애보트를 통해 아시아, 중남미 30개국과 수출 계약이 체결됐고 현재 7개국에 허가가 접수된 상태다.
해외에서도 필름형과 같은 생소한 형태 약물의 수출은 여간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전 부사장은 “필름형 제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도 입증해야하고, 높은 온도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는 5번 이상 출장을 갈 정도로 험난한 현지 허가 절차를 거쳤다”고 회고했다.
전홍렬 부사장은 “필름형 제품을 해외에서 허가받은 업체는 씨티씨바이오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보다 기술력만큼은 한 발 앞서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해외에서도 필름형 의약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멀미약, 소화불량치료제, 항히스타민제 등 극히 제한된 영역에서만 제품이 출시됐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해 스위스 제약사 페링과 맺은 필름형 의약품 수출 계약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페링의 주력 제품인 야뇨증치료제 ‘데스모프레신’을 씨티씨바이오가 필름형 제품으로 만들어준다는 내용이다. 씨티씨바이오가 필름형 생산공정을 갖춘 독일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면 독일 제약사가 생산해 페링에 공급하는 방식의 계약이다. 다국적제약사가 자사 제품을 한국제약사가 생산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데스모프레신은 연간 약 7500억원 규모의 대형 시장을 형성한다. 씨티씨바이오는 페링과의 계약으로 현지 허가 이후 7년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전 부사장은 “연간 7500억원 규모 중 30% 가량은 필름으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향후 일정기간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했다는 얘기다.
야뇨증치료제의 필름형 제품의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는 기존 알약에 비해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 부사장은 “야뇨증 환자들은 소변이 마려울까봐 일부러 물을 안마시려고 한다. 필름형 제품은 물 없이 복용할 수 있어 환자들이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필름형 의약품은 단지 약을 얇게 펴 바른다고 해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기술력이 동반돼야 가능한 고난이도 영역이다.
필름형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은 파스 제품과 다소 유사하다. 우선 유효 성분과 고분자 폴리머 등으로 약물 조제액을 만든 다음 장판과 같은 모양의 약물 지지체에 고르게 뿌려준다. 이후 일정 크기로 자르고 지지체를 떼내면 필름형 의약품이 만들어진다.
전 부사장은 “필름형 의약품은 쉽게 보면 약물을 점착제에 바르는 파스제품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모든 제품은 똑같은 유효성분을 함유해야 하고 오리지널 제품과 흡수율과 흡수속도도 동등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약물의 흡수부위에 따라 유효성분의 양도 조절해야 한다. 혀에 녹여먹는 특성상 약물 고유의 쓴맛을 차폐하기 위해서도 별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특히 얇은 형태라는 특징상 보관 중에 찢어지거나 포장에 눌러붙는 것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에 알약에 비해 고난이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전 부사장은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제조설비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필름형 의약품 제조시설을 구축했다.
◇조루치료제ㆍ복합제 등 차별화 개량신약 속속 개발..국내외 제약사 '러브콜' 쇄도
사실 필름형 의약품은 씨티씨바이오의 역량 중 일부 과제에 불과하다. 전 부사장은 “우리는 차별화된 제제 연구 능력을 토대로 개량신약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필름형이 유명해져서 필름형 제제만 만드는 업체로 오해하는데, 다양한 개량신약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씨바이오는 대형 시장을 형성하는 고혈압치료제 ‘올메사르탄’, 항궤양제 ‘에소메프라졸’ 등의 제네릭 시장에서 제제 연구를 통해 특허를 회피한 제품을 먼저 내놓기도 했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두 개의 항혈전제(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를 결합한 복합제 개발에도 성공했다.
씨티씨바이오의 제제 연구 역량은 지난 2013년 조루치료제 개발로 국내 제약사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013년 우울증 치료로 사용되는 ‘클로미프라민염산염’ 성분의 약물을 임상시험을 통해 사정 지연 효과를 입증하고 조루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조루치료제 ‘컨덴시아’다. 다국적제약사 메나리니가 우울증치료제로 사용되는 ‘다폭세틴’ 성분으로 세계 첫 조루치료제 ‘프릴리지’를 개발한 것을 벤치마킹해 조루치료제를 만들어냈다.
씨티씨바이오는 컨덴시아 개발과 함께 수많은 국내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개발 단계에서 휴온스, 동국제약, 진양제약 등으로부터 기술료를 받고 제품을 공급키로 했다. 씨티씨바이오가 생산하는 조루치료제는 동아에스티, 종근당, JW중외제약, 제일약품 등에 공급돼 판매된다. 비록 조루치료제가 상업적인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씨티씨바이오의 제제합성 기술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계기가 됐다.
씨티씨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조루증과 발기부전을 한 알로 치료할 수 있는 복합제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조루치료제 ‘컨덴시아’와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한 알로 결합한 약물이다. 세계남성과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발기부전환자의 50%는 조루증세를 동반하고, 조루증환자의 57%가 발기부전을 함께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두 개의 약을 따로 복용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한 약물로 국내외 시장을 두드리겠다는 전략이다.
‘조루+발기부전’ 복합제는 단순히 두 개의 약을 섞어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전 부사장은 “컨덴시아와 비아그라를 하나의 알약을 만들면 섞으면 두 물질이 서로 반응을 해서 분해 성분이 발생한다. 두 개의 성분이 서로 닿지 않으면서도 고유의 약효를 낼 수 있도록 복합제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전임상시험, 반복독성투여시험, 임상1상시험 등을 마치고 현재 임상2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조루+발기부전’ 복합제는 허가 이후 국내업체들에 판권 이전이 예약된 상태다.
씨티씨바이오는 최근 또 다시 ‘흥미로운’ 개량신약을 개발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허가받은 ‘세이프렙액’은 기존 제품보다 복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대장세정제(대장내시경하제)다. 대장내시경하제는 대장내시경 시술 전에 대장 세정을 위해 복용하는 약물이다. 기존제품은 단기간에 약물과 함께 물 3~4리터를 마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심, 복통, 구토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수검자들이 많았다. 사실 대장내시경을 앞둔 수검자들은 대장세정제를 복용하다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세이프렙액은 절반(약액 1리터, 물 1리터 총 2리터)만 복용해도 되기 때문에 의료진과 수검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이프렙액의 장점이 단지 적은 복용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장내 숙변 제거에도 기존 제품에 비해 효과가 있다. 기존 제품은 윤활제 역할을 하는 '폴리에틸렌글리콜3350(PEG3350)'으로만 구성돼 있는데 세이프렙액에는 삼투압 작용을 할 수 있는 ‘소르비톨’ 성분이 추가됐다. 소르비톨은 변비약이 많이 사용되는 성분이다. 세이프렙액은 내시경 전에 대장을 깨끗이 비우면서 숙변도 제거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내시경을 진행할 때 시야가 확보되는 효과가 있다.
전 부사장은 “기존 대장세정제는 복용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결장 중 굴곡진 부위에 콘크리트처럼 쌓인 숙변 제거하는 효과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씨티씨바이오가 세이프렙액의 시장성을 자신하는 이유는 임상시험에서 검증된 효과 때문이다. 세이프렙액은 국내에서 3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시험을 통해 대장정결작용이 완벽할 정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다.
전 부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대장세정제는 모두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고 해외 문헌 등을 통해 허가받았다”면서 “세이프렙의 임상 대상자 중 92%는 향후 대장내시경을 진행하기 전에 세이프렙액을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했다. 세이프렙액의 해외시장도 추진된다. 세이프렙액은 인체에 흡수되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인종간 약물 효과 차이가 없음을 입증하는 별도의 임상시험이 필요하지 않다. 국내 임상이 해외임상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게 전 부사장의 설명이다. 전 부사장은 “이미 국내외 업체 5~6곳과 세이프렙액의 판권 계약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씨티씨바이오는 금연치료제 ‘챔픽스’의 특허회피 제네릭도 여러 버전으로 준비를 완료했다. 화이자가 내놓은 챔픽스는 당초 자살 등의 부작용 우려가 불거지면서 시장 전망이 어두웠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연구결과 부작용 위험성에서 벗어난데다 최근 한국 정부의 금연치료제 약값 지원 정책에 저렴하게 복용할 수 있어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챔픽스는 2014년 매출이 6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42억원의 매출로 '깜짝 반등'에 성공했고 올해 3분기 누계 363억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국내업체 10여곳이 챔픽스의 부속성분인 ‘염’을 변경한 제네릭으로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염’ 성분은 유효성분의 안정성과 용해도를 높여주는 성분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총 4종류의 염을 부착한 챔픽스 제네릭을 개발했다. 특허소송에서 승소해 2013년으로 예정된 챔픽스 제네릭 발매 시기를 2018년으로 앞당기면 다양한 업체에 공급,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챔픽스 제네릭을 필름형으로도 개발했다. 전 부사장은 “챔픽스의 주 성분은 다른 약물이 비해 쓴 맛이 매우 세다. 고유 기술로 쓴 맛을 차폐시키는데 성공, 필름형 제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전 부사장은 “사실 신약의 경우 적잖은 개발 비용과 개발 기간이 소요될뿐더러 기술수출 이후에도 상업화 단계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업화 이후 시장 성공도 낙관할 수 없다. 씨티씨바이오는 이미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검증받은 제품을 다수 만들어 계약금을 받고 완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향후 성공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