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치매환자의 뇌를 들여다봤을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유모세포 ‘성상교세포(astrocyte)’가 신경억제물질을 과다분비한다. 자세한 메커니즘을 규명, 치매와의 연관성을 밝힌 이창준 신경교세포연구단장 팀과 손을 잡고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박기덕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교수의 설명이다. 신약 불모지인 알츠하이머 질환에서 이 후보물질은 총 60억원 규모로 메가바이오숲에 기술이전됐다. 국내에서 이뤄진 기술이전 계약으론 작지 않은 규모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두 연구팀이 발굴한 물질은 2년 만에 세상으로 나오게 됐고, 현재 전임상 단계이며 오는 2019년 임상시험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물질의 기술이전을 가능케했던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신규기전으로 작용하는 퍼스트인클라스(first-in-class) 물질이라는 점. 이 약물은 ‘매우 선택적인 모노아민산화효소B(MAOB) 저해제’로 활성화된 성상교세포가 신경억제물질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를 과다분비하는 것을 억제한다. 최근 잇따른 치매치료제의 실패로 새로운 치료타깃을 찾는 상황에서 신경세포를 둘러싼 성상교세포를 겨냥한다는 점도 트렌드에 부합했다.
둘째는 뇌질환 약물로서 갖는 우수성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가장 큰 관문은 혈뇌장벽(BBB)를 통과하는 것이다. 약물의 뇌진입을 막는 탄탄한 방어막을 뚫어야 된다. 박기덕 교수는 ‘아미노산’이라는 뼈대를 이용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덕분에 안전성도 우수하다. 그는 현재 같은 접근방법으로 뇌질환을 겨냥한 약물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