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신경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독성 이온의 흐름을 차단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가능성이 있는 저분자화합물이 소개됐다.
저분자화합물인 디페닐피라졸(diphenylpyrazole) 'anle138b'은 아밀로이드베타 채널 형성을 차단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의 신경세포 기능과 인지 능력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이 5일 ‘EMBO Molecular Medicine’ 저널에 발표됐다.
이 연구는 독일 퇴행성신경계 질환센터, Göttingen 대학 의료센터,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weig) 공과대학, 막스플랑크 연구소, Göttingen 나노현며경 민 분자생리학 센터,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은 주요 병리학적 원인으로 꼽힌다. 그 중 하나의 가설은 축적된 아밀로이드베타가 신경세포의 막에 구멍을 만들어 이온이 세포막을 자유롭게 통과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포내부의 이온 농도를 변화시켜 이온 농도의 항상성이 깨지고 신경세포의 기능장애 및 세포사멸을 유도하면서 기억력 손상을 유발한다.
anle138b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에 부착해 이들에 의해 생성된 세포막 구멍을 막아줌으로써 신경세포 안팎으로 이동하는 이온의 이동을 차단한다.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유사 마우스 모델에 anle138b를 경구 투여하자 손상된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과 공간기억 능력이 회복됐다. 타우 병리학적 동물모델에서도 같은 효과가 관찰됐다. anle138b가 신경보호의 역할을 한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간의 정보전달이 일어나는 장소로 뇌의 복잡한 신경회로망을 형성하는 기본구조다. 뇌는 학습과 기억 형성과정에서 신경회로망이 형성되고 변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냅스의 형성과 사멸이 반복되는 현상을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한다.
공동 연구 책임자인 막스플랑크 생물물리 화학연구소의 Christian Griesinger 교수는 “anle138b는 경구투여로 뇌까지 도달할 수 있어 뇌질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사람에게도 이 약물을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독성분포연구를 수행중이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당뇨병, 결핵, 특정 유형의 암 등을 포함해 아밀로이드베타에 의해 유발되는 독성 이온 흐름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에서도 anle138b의 효과를 확인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Ratnesh Lal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UCSD) 교수는 “anle138b은 신경세포막을 통해 누출되는 이온을 직접 차단함으로써 기억장애를 조절할 수 있는 최초의 저분자화합물이다”고 강조하면서 “아밀로이드 이온 채널과 관련된 몇몇 질환 모델에서 anle138b의 효과를 확인한 결과 다양한 질병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