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제약·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산화 처리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 신약은 임상 3상,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기업들은 연구개발비 자산화가 용이해진 반면, 신약개발 기업들은 개발비 상당부문을 비용처리해야 해 부담이 커지게 됐다. 금융위는 다만 한시적 상장유지 특례 조항을 마련해 기업들의 코스닥 퇴출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9일 이런 내용의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공개했다.
증선위는 약품 유형별로 개발비 자산화 단계를 설정했다. 증선위 관계자는 "각 개발단계의 특성과 해당 단계로부터 최종 판매 승인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객관적 확률통계 등을 감안해 개발비의 자산화가 가능해지는 단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개시 승인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 장기간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약의 안전성․약효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임상 3상 개시 승인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자산가치의 객관적 입증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개시 승인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 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1상 개시 승인 이후 최종 승인율 약 60%에 이른다는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진단시약의 경우 허가 신청, 외부 임상신청 등 제품 검증 단계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 외부의 객관적인 제품검증이 없는 상태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산가치의 객관적 입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지침에서 제시한 단계 이전의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증선위 관계자는 "기업이 이번 지침에 따라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 기술적 실현 가능성 판단에 필요한 객관적 증빙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지침 이전 단계에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에는 감리 과정에서 회사의 주장과 논거를 더욱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증선위는 지침에서 제약바이오기업이 프로젝트별 투입 원가를 신뢰성있게 측정하고 그 중 개발활동과 직접 관련있는 원가만 자산으로 계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별 투입된 재료비, 노무비, 외주비 등을 개발단계별로 구별해 집계해야 하며 개발비와 연구비가 혼재돼 구분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액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침은 현재 일부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테마감리에도 적용된다. 증선위는 "제약·바이오기업이 해당 지침을 고려해 과거의 회계처리 오류를 스스로 수정할 수 있도록 경고, 시정요구 등을 통해 계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무제표 수정으로 인한 영업손실 증가로 관리종목 지정 등 코스닥 상장 폐지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구제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를 위해 4분기 코스닥 상장규정을 개정해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비기술특례상장기업에 대한 상장유지요건 특례 적용방안을 검토중인데 장기간 영업손실 요건을 일정기간(3~5년간) 면제하는 방안이다.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평가등급(예, BBB등급) 및 재무요건(R&D 투자비중, 시가총액, 자기자본 등)을 충족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관리종목 회피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