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19년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에서 유통까지로 영역 확장, 미국·유럽에 이은 중국시장 개척, 그리고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이를 통해 168조 항체의약품 시장을 넘어 140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의약품시장 개척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 회장은 "2020년말 은퇴"를 선언하며 이번 도전의 배수진을 쳤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년 사업 및 마케팅 전략 발표 미디어간담회에서 "올해 글로벌 톱 바이오제약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항체 바이오의약품과 케미컬의약품 전략제품을 양 날개로 삼아 세계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정상을 향한 마지막 도약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스시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앞서 마련됐다. 셀트리온은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발표기업으로 선정돼 램시마SC를 비롯한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는 한편, 2019년 주요 사업 및 마케팅 전략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2년간 셀트리온그룹을 바이오시밀러기업에서 종합제약사로 변모시키기 위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램시마SC를 비롯한 파이프라인 확대, 중국 등 신시장 개척, 직판체제 도입, 케미컬의약품 사업 진출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 회장은 먼저 "글로벌 임상 및 허가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신약 포트폴리오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2030년까지 168조 항체의약품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25개의 자가면역질환과 항암 분야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면역치료제 관련 3개의 신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면한 과제는 전략제품인 램시마SC이다. 램시마SC는 작년 연말 유럽 의약품청(EMA)에 허가신청서를 접수했으며 올해 3~4분기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램시마SC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을 류마티스관절염에서 장 질환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휴미라 등 다른 TNF-α억제제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서 회장은 "램시마는 TNF-α억제제 가운데 정맥주사 제형과 피하주사 제형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바이오의약품으로 동일한 인플릭시맙 성분으로 빠른 효과(정맥주사)와 빠른 투약(피하주사)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자가면역질환 분야의 혁신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바이오의약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체제를 본격화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미 미국, 유럽의 영국, 독일 등 8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브라질 등 총 20여개국에 현지 지사를 설치했으며 조만간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 현지 지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전세계 시장에 직접 유통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은 최초다.
서 회장은 “올 한해 네덜란드 주재원이라는 직책으로 직접 세계 몇십국의 영업 현장을 누비며 자체 유통망을 통해 직접판매의 가능성을 확신했다"면서 "직판을 통해 제품의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셀트리온이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를 공급하면서 파트너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은 30~55%에 이르는데 직접 판매를 통해 15~20% 수준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SC의 직접판매를 확정했으며 기존 바이오시밀러 3종 역시 파트너사와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직판을 위해 작년 하반기 파트너사의 재고를 4~5개월 수준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올해 하반기 직판체제를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기존 파트너사와 윈윈할 수 있으면 같이 가되 그렇지 않다면 결별도 생각하고 있다. 2020년까지 직판체제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어 "직판체제가 완성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우리 약 뿐 아니라 다른 회사 약도 팔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네트워크가 완성되는 것이다. 1400조 시장이 가까이 갈 수 있는 고속도를 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중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이머징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전세계 84% 인구 시장을 여는 첫 작업이다. 서 회장은 "올해 상반기내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우기 위한 파트너사를 확정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복수의 파트너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바이오시밀러 3개 제품 모두 중국 허가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내년부터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라면서 "셀트리온이 예산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바이오의약품을 쓰지 못하는 국가와 사람에게 길을 내주는 파이오니아가 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증대를 위한 신공장 신설 계획도 밝혔다. 셀트리온은 현재 국내에 14만리터 규모의 1, 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트룩시마, 허쥬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및 램시마 SC 제형의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신청 등 제품 포트폴리오 증가에 따라 추가 생산 능력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램시마의 경우 올해 생산계획을 잡기 힘든 정도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그룹은 작년부터 해외에 36만리터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밝혀왔다. 서 회장은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36만리터 중 12만리터는 국내에 지을 계획"이라면서 "공장 증설, CMO계약 등을 통해 부족한 생산량을 보충하는 한편 원가경쟁력이 있는 해외지역을 선정해 24만리터 신공장을 짓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신공장은 의약품위탁개발(CMO)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이날 케미칼 분야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시장 공략을 위해 2015년 케미컬의약품 생산을 위한 셀트리온제약 청주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작년 셀트리온제약 청주공장의 미국 FDA cGMP 승인 및 유럽 규제기관(MHRA)의 실사를 완료했다.
셀트리온은 작년 11월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 첫 제품인 '테믹시스'의 미국 FDA 허가를 획득했으며 최근에는 국제조달기관으로부터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을 포함한 6개 케미컬 의약품에 대한 장기공급계약자로 선정된 바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케미컬의약품 수출을 통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셀트리온은 또 24조원 규모의 미국 HIV시장을 목표로 내년 초 FDA에 2종의 3제 케미컬 복합제를 허가 신청할 예정이며, 추가로 2종의 2제 케미컬 복합제를 개발하는 등 HIV 케미컬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전략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기술력과 임상, 허가 노하우는 제넨텍, 암젠 등 글로벌 제약사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파이프라인은 더 강력하며 생산수율은 월등히 높다"면서 "여기에 직판을 통해 판매수수료를 낮추고 케미컬까지 결합하면 완벽한 종합제약사가 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이날 깜짝 은퇴선언도 했다. 서 회장은 "2020년이면 1단계 계획했던 일이 끝난다. 은퇴하고 후배들(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면서 "남은 2년간 셀트리온그룹이 더 크고 좋은 회사가 되고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일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미래의 중요한 한축으로 생각하고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