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캐시카우를 마련함과 동시에 신약 물질을 테스트하는데도 이들 제품이 적합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천연물 신약개발 회사인 아리바이오는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인 에포라(Epfora)를 론칭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천연 생리활성 물질을 분비하는 흑효모 무중력 배양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최근에는 미국 우주재단과 나사로부터 '우주기술인증'을 받았다.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5대 화장품 회사인 ‘한후화장품 유한공사’와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아리바이오가 처음부터 화장품 개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긴 신약개발 과정을 견디기 위한 수입원을 찾던 중 보유한 흑효모 무중력 배양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 개발에 착수한 것. 김주현 아리바이오 팀장은 “화장품, 건강 기능 식품을 통해 얻은 이익은 일종의 ‘수혈자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리바이오는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프랑스 등 글로벌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자체 보유한 과립형 알갱이 제조 기술로 만든 건강기능식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다른 바이오벤처인 바이오피드는 대사 치료 후보제인 ALEP(Animal Lung Extracted Phospholipids) 기술을 활용한 아토피 화장품을 개발했다. ALEP은 돼지 폐로부터 세포막 구성 성분인 인지질(Phospholipids)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이민석 바이오피드 전무는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며 "그래서 중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캐시카우로 아토피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피드는 아토피 화장품 외에도 ALEP 기반 기술을 응용한 육모제 등의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올릭스, 강스템바이오텍 등이 많은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셀트리온도 화장품 회사 한스킨을 인수한 후 셀트리온 생명과학연구소 아래 화장품 소재개발연구소를 설립,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 한스킨 화장품에 적용하고 있다.
화장품은 의약품과 달리 조기 상업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바이오벤처 회사들이 기능성 화장품, 코스메슈티컬(화장품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함유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화장품 사업은 기술력 외에도 마케팅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바이오벤처가 직접 생산, 유통을 모두 책임지는 구조는 성공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의 전 과정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OEM이나 ODM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