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보스턴(미국)=서윤석 기자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8일(현지기간) “한국형 클러스터는 기존에 구축된 클러스터에서 부족한 부분을 맞춤형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이날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 2023’에 참석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러스터는 우수한 대학교, 우수한 병원, 연구소 등이 모두 집약되어야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백지상태에서 어떤 지역을 지정해서 진행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계 제일의 바이오클러스터로 평가받는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는 MIT공대, 하버드대 등 우수한 대학교, 화이자(Pfizer), 모더나(Moderna) 포함 1000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 벤처캐피탈(VC) 등 우수한 연구인력과 자본이 집약적으로 모여 자생적 생태계가 구축됐다.
그는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정부가 마중물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자생력을 가지기 어렵다”며 “이미 형성된 클러스터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적으로 반성이 있고 어떻게 하면 자생력을 가진 클러스터로 만들 수 있는지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천 송도를 모범적인 클러스터의 사례로 꼽았다. 노 회장은 “송도는 바이오의약품 CDMO 측면에서 거의 세계 최대규모의 도시가 됐으며,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도 있었지만 연세대가 병원도 건설하고 있고, 인하대, 가천대 등 대학교가 있고, 바이오텍들도 들어가면서 생태계가 형성됐다”며 ”이제 뭐가 필요한지 살펴보고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클러스터는 지역별 특성별로 차별화된 양상을 보인다. 판교는 산업계 융합이 강점이며, 대전은 연구단지 중심, 원주는 의료기기라는 특정산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각각 클러스터의 특징에 맞는 노력을 통해 차별적으로 발전시키고, 연구개발, 상업화, 창업, 투자 등에 있어 지속가능한 클러스터별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 회장은 “클러스터는 국가주의적 접근이 아닌 국제주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클러스터와 클러스터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선진 클러스터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긴밀한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하며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최근들어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바이오가 포함되면서 세제지원이 들어갈 예정이다”며 “지원 범위와 어떤 세부기술을 선정할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매우 중요한 지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중소기업은 40~50%, 대기업은 30~40%의 세액공제 등 혜택을 받게 된다.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에 있어 중요요소 중 하나인 VC 투자에 대해, 노 회장은 “투자심리가 죽어있는 지금이 오히려 옥석이 구분되는 기회로 판단하는 VC가 많으며, 작은 규모지만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를 통해 투자루트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협회도 기업이 가진 파이프라인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신규 기술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 또는 파이프라인을 소개하고 싶은 기업을 이어주는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에 1~2개 회사를 선정해 온라인 IR도 진행할 계획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금이 시장에서 흐를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협회가 구축한 플랫폼은 K-스페이스(Korea Superior Pharma-pipeline Accelerating Collaboration Evolution Platform)다. 이는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통한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지난해 12월에 구축한 플랫폼으로 올해 6월 기준 기업 및 대학의 파이프라인 2000개이상이 등록되어 있다.
노 회장은 “10여년 전과 비교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국제적 위상이 많이 달라진 것을 실감하고 있으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도약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산업 특성상 시간이 걸리지만 3~4년전에 비해 국내 파이프라인은 약 3배 늘어난 1833개에 달한다. 바이오텍들을 중심으로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바이오USA에 미국 다음으로 많이 참가한 열기로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바이오산업은 정부정책에 귀속이 많이 되는 분야로, 제약바이오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도 필요하고 산업계의 자발적 노력도 필요하다”며 “정부와 산업계의 니즈를 잘 조율해서 차이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