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치열했던 한 해가 지나고, 드디어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생존을 위한 해였다. 지난해를 시작하며 바이오·제약 업계는 이미 몇십년간 유례가 없었던 혹한기를 1년넘게 견뎌내고 있는 상황에서 내심 반등을 기대했지만, 도리어 최저점이 어디인가를 끊임없이 시험해야 하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한해였다.
바이오텍의 원천인 R&D 자금이 메마르면서 구조조정을 넘어 잇따른 글로벌 바이오텍의 파산 소식이 전해졌으며,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접수된 바이오텍 파산 건만 30건에 이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바이오젠(Biogen), 노바티스(Novartis), 화이자(Pfizer) 등 빅파마도 구조조정 움직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구조조정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사이언스에서의 진전이 있었다. 버텍스 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과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가 유전자의약품 분야에서 최초의 CRISPR 기반 유전자편집 의약품의 시판허가를 받아냈으며, 이는 CRISPR 기술이 개발된지 불과 10년만의 진전이었다.
2023년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혁신은,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GLP-1 인크레틴(incretin) 약물의 활약이다.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1주제형 GLP-1 약물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비만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20% 낮춘 SELECT 임상3상 결과가 발표됐으며, 이제 비만약 개발 경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벨류에이트(Evaluate)는 올해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오젬픽/위고비)의 매출액이 미국 머크(MSD)의 PD-1 블록버스터 ‘키트루다’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며, 업계는 비만을 포함한 관련질환에서 인크레틴 약물이 ‘역사상 가장 큰 약물 계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