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의 베링거인겔하임 기술수출 파기와 관련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45명이 적발됐다. 한미약품의 공시 지연은 의도성이 없다고 검찰은 결론내렸다. 한미약품은 국민들과 주주들에게 사과를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13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 파기의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을 수사한 결과 총 4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4명은 구속기소, 2명은 불구속기소, 11명은 약식기소했다. 구속기소된 4명은 한미사이언스 임직원들이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9월29일 오후 7시6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 권리 반환을 통보받고 이튿날 9시29분에 해당 내용을 공시했는데, 고의적인 늑장 공시와 공시 전 부당거래 의혹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9월29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시간외 거래량은 4만6871주로 일평균의 약 72배에 달했다. 9월30일 악재 공시전 공매도 수량은 일평균 4배 가량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9월29일 호재 공시(제넨텍 기술수출) 직후 거래량이 급증했음에도 매도세가 집중돼 주가가 소폭 상승에 그쳤고 9월30일 악재 공시 전 매도 수량이 크게 늘어나 장 개시 직후부터 하락하는 등 악재성 정보가 공시 전에 유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말께 한미약품 직원간 메신저에서 계약 파기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고 9월22일 베링거인겔하임은 계약 파기에 대비한 보도자료를 한미약품에 제공했다. 9월22일부터 한미약품 직원들 사이에서 계약 파기 가능성 대화가 오갔으며 9월29일부터 법무팀 등 업무담당자들이 동료 및 지인에게 악재 정보를 전파해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9월29일 오후 6시53분 한미약품 법무팀 직원으로부터 정보를 수령한 사람이 인터넷 주식 밴드에 계약파기 관련 글을 게시했다.
회사 전현직 직원 및 그 통화자 중 130여명이 주식을 매도했고 일부 직원들은 지난해 11월에도 기술수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정보 이용자로 확인된 자는 총 45명으로 이 중 20명이 입건됐다. 25명은 2차 이상 정보수령자로 확인됐다.
긴급 수사의뢰된 기관투자자 중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직접 전달받아 이용한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한미약품의 의도적 지연 공시 의혹에 대해 의도성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미약품 측은 9월30일 오전 9시 이전 한국거래소 공시담당자와의 협의를 마쳤는데도 장 개시 후인 9시29분에 공시한 이유에 대해 “거래소와의 협의시 작년 신약 수출 계약 체결 공시내용이 변동됨으로써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문제가 언급됐고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9월30일 오전 7시30분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장 전 공시를 지시했고, 공시담당자에게도 한미약품 부사장이 장 개시 전 공시를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 등 공시담당 임직원과 관련된 서버, 컴퓨터, 휴대폰, 통화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본인 및 주변인들의 주식매도 내역, 정보수수 정황 등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차명 계좌를 이용한 주식거래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에 관한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하고 추징보전 청구를 통해 부당이득에 대한 박탈을 추진할 계획이다. 검찰은 금융당국에 한미약품이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증여했음에도 내부직원에 의한 미공개정보 유출방지 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보, 향후 감독에 참고토록 조치할 예정이다.
한편 한미약품은 검찰 발표 직후 ‘주주 여러분과 국민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한미약품 측은 “일부 임직원들이 이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유출과 이용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회사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거래 신고, 정보 취급자의 주식거래 제한 등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엄격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면서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신약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