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객원기자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의 소식이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엔터롬 바이오사이언스(Enterome bioscience)는 크론병 치료제에 대한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며, 미국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회사인 에이오바이옴(AOBIOME)은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엔터롬은 올해 크론병 치료제 후보물질 EB8018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동력학적 평가와 안전성 및 장내 미생물 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예정이며, 올해말에 임상 1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론병 환자의 소장에서 장 부착-침투성 대장균(adherent-invasive E. coli, AIEC)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대장균은 자신에게 있는 FimH(Fimbrial adhesion protein)를 통해서 환자의 장에 부착하게 된다. 이 때 체내에서는 미생물이 체내로 침투되지 않도록 면역반응이 활성화 되고, 이 반응이 과도할 경우 염증이 생성되어 크론병이 유발된다.
엔터롬이 개발중인 EB8018은 FimH를 차단함으로써 AIEC가 장에 부착하지 못하게 하여, 염증반응을 막아 크론병을 치료하는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엔터롬은 2012년에 설립된 프랑스 회사로 환자 별 장내 미생물 조성을 검사하여(gut metagenotype test), 장내 미생물 조성에 따라 환자 개개인별 치료 계획을 수립하거나, 새로운 치료기법을 개발하는 회사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설립된 지 오래 되지 않았음에도 32만 유로(약 4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미국의 마이크로바이옴 회사인 에이오바이옴은 자사의 새로운 박테리아 플랫폼(novel bacterial platform)을 이용한 염증성 질환(Inflammatory Disorders) 치료제 연구개발을 위해 중국의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카본엑스(iCarbonX)로부터 3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에이오바이옴은 암모니아를 산화시키는 균(Ammonia-oxidizing bacteria, AOB)의 일종인 B244균이 담긴 미스트를 얼굴에 도포하여 여드름을 치료하는 임상을 진행하다가, 이를 도포할 경우 B244균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혈압이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에이오바이옴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여, 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말까지 임상 2상을 마칠 계획이다. 이 회사는 AOB를 이용하여 고혈압 치료제 외에도 여드름 치료제(임상 2상 진행 중),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 (임상 1상 진행 중), 피부염/습진 치료제(임상 1상 진행 중)를 개발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과 관련되어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회사들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월24~26일까지 유럽에서 열리는 Microbiome Drug Development summit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치료제 개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제로 치료를 받는 것이 친숙해지는 새로운 세상이 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