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FDA 승인 절차에 대해 “느리고 번거롭다”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는 ‘폼페병’이라는 희귀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을 초대해, FDA 승인 규제를 완화하면 보다 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제로 축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환자들은 더 다양한 약을 더 빨리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물론 안전하고 효과 좋은 약을 말이다.
그렇다면 FDA로부터 승인 받는데 까지 얼마나 걸릴까? 숫자로 이야기해보자.
미국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참고하여 지난 10년간 FDA 신약 승인비율과 승인기간을 살펴봤다. 그래프에서 한눈에 볼 수 있듯이 10년동안 FDA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은 비율은 약 3배나 증가했다. 2014년에는 FDA 신약 승인신청을 제출한 약의 85%가 모두 승인 받았다.
반면, 새로운 약이 FDA로부터 승인 받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04년에 33개월, 2015년에는 12개월로 거의 3분의 1가량이나 단축되었다. 위 그래프는 '일반' 신약에 대한 평균치를 나타낸 것으로 '우선심사권'을 받은 신약까지 모두 포함하여 계산하면 지난해 FDA에서 승인받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단지 7.8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가장 빠른 속도다.
FDA는 신약의 시장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환자들에게 보다 빨리 약을 제공하기 위해, 승인 허가절차를 가속화 하기위한 4가지 프로세스를 시행하고있다. 신속 심사(Fast Track), 우선심사(Priority Review), 혁신치료제(Breakthrough),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이다.
지난해 허가 받은 신약의 73%가 이 프로세스 중 하나로 지정되어 승인 받았고 덕분에(?) 가장 신속하게 시장에 나오게 됐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신약 검토 기간이 가장 빠르다. Friends of Cancer Research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0년동안 FDA와 유럽 EMA에서 모두 23건의 암 치료제가 승인되었지만 두 당국의 신약 검토기간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FDA의 평균 검토 기간은 182일로 평균 350일 기간이 걸리는 EMA에 비해 절반이나 빠르다.
신속한 신약승인 검토로 지난 5년간 절반 이상의 신약이 미국에서 처음 런칭되었다. 지난해는 86%나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다.
지난주 합동 연설 후 데이비드 케슬러(David Kessler) 전 FDA 위원은 트위터에 “그 약은 39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후 단지 9개월만에 통과한 약”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느리고 번거로운” FDA 심사 절차에 대해 비판했다.
신약 심사검토 기간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적인 FDA 승인기준 완화’가 정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차기 FDA 국장으로 거론되는 인사중의 한명인 짐 오닐은 “일단 안전성만 입증되면 대규모 임상시험전에 시판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 FDA는 ‘임상2상 통과 후 임상3상에서 실패한 22건 케이스 스터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FDA는 임상 3상 실패에 대한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대규모로 진행되는 무작위 대조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 둘째, 실험적으로 증명된 작용기전(mode of action)이 실제사람에서 임상 효과를 완벽하게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 마지막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실제사람에서 임상 효과를 완벽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제공하기 위해 FDA 신약 신청 및 승인 효율성에 대해서 노력하면서도 심의규정에 대해서는 엄중한 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