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파크 6층의 'Hub&Spoke'. 오후 6시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내데스크를 거치며 확인된 이들의 정체는 분당서울대병원 의사 및 직원, 이 곳에 입주한 바이오·헬스케어·의료기기 기업 직원, 민간연구소 연구원, 벤처캐피탈 등 투자업계 관계자들. 지정된 자리가 없는 스탠딩 행사에 서로 낯설다보니 잠시 어색한 분위기도 흘렀지만 어느새 맥주와 음식을 나누며 여기저기서 이야기 꽃이 피었다.
대전·판교 혁신신약살롱에 이은 바이오헬스산업계의 새로운 커뮤니티가 시작을 알렸다. 이날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첫 행사가 열린 'Hub&Spoke_Net'이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헬스케어혁신파크 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행사로 의료인, 바이오·제약·헬스케어·의료기기회사, 공학자, 투자자 등이 제한없이 모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교류하는 장이다.
혁신신약살롱처럼 강연이나 설명회 등과 같은 프로그램은 없다. 무제한 제공되는 맥주와 음식을 먹으며 네트워킹을 하면 된다. 행사를 기획한 이지선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협력파트장은 "기업들이 같은 건물에 있어도 서로 어떤 일을 하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Hub&Spoke_Net'는 임상의사들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간의 가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많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신약이나 진단기기를 개발하지만 임상의사들과의 네트워킹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제 현장의 니즈(needs)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백롱민 연구부원장은 "국내 산업계와 병원이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말뿐인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기회에 연구자, 기업, 임상의들간의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이 행사를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임상 교수들을 포함해 압타머사이언스, 이오플로우 등 입주기업 대표 및 직원, 투자업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곳곳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는데 MRI를 활용한 새로운 치매 진단기술을 개발한 연구자가 투자업계 관계자에게 이를 소개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Hub&Spoke_Net'는 매달 첫번째 목요일에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 참석자는 "강연 등 콘텐츠가 있어야 행사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의미있는 행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기업, 의료진, 투자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의 확산은 바이오헬스산업계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전에서 시작된 혁신신약살롱은 판교까지 확산되면서 참여자들이 공동연구를 모색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등 의미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텍이 세계시장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정보 교류가 필수적"이라면서 "혁신신약살롱과 같은 자생적 커뮤니티가 이런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옛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건물을 매입해 의료기기, 헬스케어ICT, 휴먼유전체, 나노의학, 재생의학 총 5개 분야를 육성하는 전진기지로 삼은 공간이다. 마크로젠, 에이티젠, 이오플로우, 압타머사이언스, 글라이칸, 파마리서치 프로덕트 등이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