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녹십자홀딩스가 고 허영섭 회장의 3남 허용준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과 함께 형제가 동시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대표를 각각 맡는 '형제 경영'이 10년 만에 재현됐다.
녹십자홀딩스는 24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신임 대표이사에 허용준 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허용준 부사장은 허일섭 회장과 공동 대표체제를 구축했다.
허용준 신임 대표이사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경영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허용준 대표는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쳐 경영관리실장(부사장)을 역임했다. 허용준 대표는 고 허영섭 회장의 3남이자 녹십자 창업주인 고 허채경 회장의 손자다.
당초 녹십자홀딩스는 고 허영섭 회장의 동생 허일섭 회장과 전문경영인 이병건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녹십자홀딩스는 최근 이병건 사장이 임기만료 1년을 앞두고 종근당홀딩스로 자리를 옮기자 허용준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모두 전문경영인 없이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2007년 초까지 고 허영섭 회장과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의 공동대표를 역임한 이후 전문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경영했다.
녹십자홀딩스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허영섭·허일섭 형제가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고 허영섭 회장이 타계한 2009년 이후 허일섭 회장이 한상홍 부사장, 이병건 사장 등 전문경영인과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했다.
녹십자는 지난 2004년 8월부터 2년 5개월 동안 허영섭·허일섭 형제경영이 진행됐다가 2007년 이후에는 허일섭 회장이 허재회 사장, 조순태 부회장, 이병건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과 짝을 이뤄 대표이사를 맡았다.
허용준 부사장이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허은철 녹십자 사장(45)과 그룹 경영을 이끄는 ‘형제 경영’도 10년 만에 재현됐다.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녹십자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섰고 지난해부터 단독 대표체체를 시작했다.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씨는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고 허영섭 회장의 별세 이후 8년 만에 경영 수업을 마친 후계자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며 대를 이어 형제경영을 이어가는 셈이다.
한편 이날 녹십자의 자회사 녹십자랩셀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에 박대우 부사장을 선임했다. 박대우 신임 대표이사는 1984년 녹십자에 입사해 생산기획실장, 영업기획실장 등을 역임했고 올해 초 녹십자랩셀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