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보령제약이 ‘카나브패밀리'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개발 고혈압신약 ‘카나브’의 시장 성공을 기반으로 카나브를 활용해 개발한 복합제로 안정적인 캐시카우(수익원)로 발굴하겠다는 노림수다. 지난 5년간 착수한 임상시험의 70%를 카나브와 카나브복합제가 차지할 정도로 카나브패밀리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최근 카나브와 또 다른 고혈압약 ‘암로디핀’, 고지혈증약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복합제 개발을 위한 임상3상시험도 승인받았다. 3개의 약을 한 알로 만들어 한번에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지난 2015년 말에는 카나브와 고지혈증약 ‘아토르바스타틴’을 결합한 복합제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피마사르탄은 보령제약이 지난 2010년 국산신약 15호로 개발한 카나브의 주 성분이다. 카나브는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물로 국산 신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페린도프릴은 이뇨제로 사용되는 약물로 세르비에의 아서틸이 제품명이다. 아서틸은 국내에서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스테디 셀러’ 제품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고혈압약을 결합해 새로운 복합제를 개발하겠다는 게 보령제약의 구상이다. 보령제약은 이미 카나브와 이뇨제 성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을 결합한 ‘ARB+이뇨제’ 복합제 카나브플러스와 라코르(동화약품이 판매)를 개발한 바 있다.
지금까지 보령제약이 출시했거나 개발을 진행 중인 카나브복합제는 총 5종에 달한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고혈압약 2종 복합제(피마사르탄+암로디핀) ‘듀카브’와 고혈압약+고지혈증약(피마사르탄+로수바스타틴) 복합제 ‘투베로’를 내놓은 바 있다.
카나브를 기반으로 다양한 조합의 복합제를 개발, 국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겠다는 전략이다. 이른 바 ‘카나브패밀리’를 회사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26건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는데, 이중 카나브 또는 카나브를 활용한 복합제 임상시험이 69%인 18건에 달했다. 회사 R&D의 역량을 ‘카나브패밀리’에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최태홍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말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2019년에는 ‘카나브 패밀리’로 매출 2000억원을 올릴 계획이다”라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카나브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복합제의 성공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듯한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보령제약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카나브의 지난해 매출은 수출 실적 포함 4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33.3%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5년 카나브의 매출은 전년대비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지난해 카나브복합제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다시 매출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1년 발매 이후 카나브의 누적 매출은 1626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제약사가 배출한 신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보령제약은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한구화학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재발 및 불응성 비호지킨 림프종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바이젠셀에 지분투자를 통해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라파스와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고 치매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한 상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시장에서 인정받은 카나브의 우수한 효능·안전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카나브복합제 제품들도 의료진과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오픈이노베이션과 자체 R&D 역량을 결합한 신약 개발에도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