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CJ헬스케어가 ‘홀로서기’ 3년 만에 CJ제일제당 소속 시절을 포함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개량신약 등 중장기 성장동력 발굴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음료와 복제약(제네릭)사업에서 수익원(캐시카우)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전략이 점차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CJ헬스케어, 출범 3년째 매출 신기록..처방의약품 부문 두각
1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CJ헬스케어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5208억원으로 전년대비 12.5% 늘었다. 영업이익은 679억원으로 26.7% 상승했다.
CJ헬스케어는 지난 2014년 4월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문을 떼어 설립한 독립법인이다. 의약품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CJ제일제당의 100% 자회사로 분리됐다. CJ는 지난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면서 의약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CJ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은 CJ제일제당 소속 제약사업부문을 포함해 신기록이다. 의약품 사업에 진출한지 32년만에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CJ헬스케어의 의약품사업부 매출이 4434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늘었고 음료를 담당하는 H&B사업부는 774억원으로 16.1% 상승했다.
독립 법인을 출범하며 ‘홀로서기’에 나선지 3년 만에 모든 사업부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셈이다.
CJ헬스케어 입장에선 주력 사업인 처방의약품 사업의 성장세가 고무적이다. 의약품 조사 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CJ헬스케어의 지난해 원외 처방실적은 2280억원으로 전년보다 9.0% 증가했다.
주요 제품의 처방실적을 살펴보면 혈소판응집억제제 ‘안플레이드’의 지난해 처방실적은 2015년보다 39.5% 상승한 192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안플라그’(105억원)보다 2배 가량 앞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고혈압복합제 ‘엑스원’은 전년대비 36.8% 상승한 194억원의 처방실적을 지난해 기록했다.
2개의 고혈압약 성분(발사르탄+암로디핀)으로 구성된 엑스원은 CJ헬스케어가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이다. R&D 노력을 통해 개발한 개량신약이 회사 간판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혈관확장제 ‘헤르벤’(213억원), 요독증 증상 개선제 ‘크레메진’(225억원), 고지혈증약 ‘비바코’(174억원) 등 수입신약과 위임제네릭 제품들도 회사 성장을 견인했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고지혈증복합제 ‘로바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고혈압복합제 ‘마하칸’(암로디핀+칸데사르탄) 등 복합신약을 발매하며 신규 캐시카우 확보에도 적극적인 행보다. 지난해 CJ헬스케어의 상품매출은 1281억원으로 회사 매출의 24.6%를 차지했다. 유한양행과 제일약품이 상품매출 비중이 70%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다른 업체가 생산하는 ‘남의 제품’보다는 자체개발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월등히 높다는 얘기다.
출범 이후 임상시험 승인 건수 급증..합성ㆍ바이오신약 개발 속도
CJ헬스케어가 중장기 성장동력 발굴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신약 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변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CJ헬스케어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 건수는 총 28건(2014년 11건, 2015년 11건, 2016년 5건)으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승인받은 임상시험 건수(28건)와 유사한 수준이다. CJ헬스케어 출범 이후 적극적으로 R&D 투자에 나섰다는 방증이다.
사실 CJ헬스케어는 과거 ‘대기업 계열 제약사’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체개발 신약보다는 복제약(제네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2003년 150억원을 투입해 자체개발한 신약 '슈도박신'은 허가 받은지 6년만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불운을 겪었다. 당초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일정 기간내 임상시험을 마치는 조건으로 허가받았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피험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자진 퇴장을 결정했다.
현재 CJ헬스케어는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항구토제, 비알코올성지방간치료제 등 6개의 합성신약을 개발 중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CJ-12420’는 CJ헬스케어가 지난 2015년 10월 중국제약사 뤄신과 1850만달러(약 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당시 이 계약은 국내 제약산업에서 한·중 거래 역사상 단일품목으로는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로 관심을 모았다. CJ-12420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라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약물로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중 가장 최근에 등장한 약물이다.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대비 빠른 작용시간과 긴 지속효과 등 우수한 위산 분비 억제효과를 나타냈다. 내년 하반기께 국내 허가를 받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CJ헬스케어는 바이오의약품 분야도 4개 과제를 개발 중이다.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CJ-40001'이 막바지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 2009년 제린기린약품이 국내에 내놓은 네스프는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적혈구 생성 촉진 단백질'로 차세대 빈혈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제품이다. CJ헬스케어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CJ-40001의 임상 1상시험을 시작했고, 지난 2월 임상3상시험에 착수했다.
당초 CJ헬스케어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독감백신과 성장호르몬 개발을 추진했지만 R&D 파이프라인을 상업적 성공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J헬스케어는 최근 혁신 신약 개발을 목표로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R&D 조직을 확대하고, R&D 사업개발본부장에 CJ제일제당 바이오 의약전략실장을 역임한 김병문 부사장을 임명했다.
CJ헬스케어는 당뇨ㆍ고지혈증 복합제, 고혈압ㆍ고지혈증 복합제 등 5종의 개량신약도 개발 중이다. 여러 개의 약물을 한알로 만들어 환자들에 복용 편의성과 경제성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CJ헬스케어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R&D역량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역량있는 국내외 바이오벤처 업체들을 초청하는 ‘R&D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포럼을 통해 항체의약품 개발 전문 벤처인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이중타깃항체 의약품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월에는 제약약사와 벤처가 상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152억원 규모의 바이오헬스케어펀드를 결성했다. 지난달 첫 투자로 치매치료 항체신약을 개발중인 뉴라클사이언스에 20억원을 투자했다.
CJ헬스케어는 음료 사업 등에서 발생한 매출을 R&D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숙취해소음료 ‘컨디션’, 헛개음료 ‘헛개수’ 등의 음료사업은 연간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사업’이다. 확고한 캐시카우는 R&D투자의 발판이 된다. 모 기업에서 CJ헬스케어를 분리할 당시 음료사업을 CJ헬스케어에 편입시킨 것도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활용해 R&D 역량을 확대하라는 의도가 담겼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현재 매출의 10% 이상을 R&D비용으로 투자하며 다양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면서 “합성신약을 비롯해 항체신약 등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혁신신약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