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이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0년 이후 발매한 신약 제품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6년만에 매출이 2배 뛰었다. 유한양행과의 공동판매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내며 양사 모두 실적이 고공비행하는 모범적인 공동 마케팅 사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664억원으로 전년대비 13.1%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109억원에서 지난해 110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한국법인 중에서도 지난 몇 년간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매출은 지난 2010년 1291억원에서 6년 동안 2배 이상 뛰었다. 상당수 다국적제약사들이 굵직한 신제품의 부재, 기존 제품의 특허만료, 한국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등의 요인으로 한국법인의 실적이 들쭉날쭉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지난해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한국법인의 실적을 보면 로슈, 바이엘 등이 전년대비 실적 개선을 나타냈지만 베링거인겔하임처럼 장기간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는 않는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상승 요인은 신제품의 가파른 상승세다.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2010년 허가)와 당뇨치료제 ‘트라젠타’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의약품 청구실적 자료를 보면, 트윈스타는 지난해 894억원, 트윈스타는 복합제를 포함해 1001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2개 제품의 처방실적이 회사 매출의 70%를 웃돈다.
트윈스타와 트라젠타 모두 베링거인겔하임이 유한양행과 공동으로 판매 중이다. 양사간의 공동 마케팅·영업이 시너지를 내며 흥행을 일으켰다. 트윈스타와 트라젠타는 유사 약물에 비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고도 판도를 바꾸며 점유율 1위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수한 제품력 이외에도 탁월한 영업력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뤄냈다는 얘기다.
2012년 발매된 트윈스타의 경우 두 가지 성분의 고혈압약이 결합한 복합제인데, 노바티스의 '엑스포지', 한미약품의 '아모잘탄' 등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이후 뒤늦게 발매됐다. 그럼에도 트윈스타는 고혈압약 1위로 올라섰다.
2012년 출시된 트라젠타는 같은 'DPP-4 억제 계열' 당뇨치료제 중 4번째로 등장한 약물이다. 당시 MSD의 '자누비아'(2008년 발매), 노바티스의 '가브스'(2009년 발매), 아스트라제네카의 '온글라이자'(2011년 발매) 등이 대웅제약, 한독 등과 손 잡고 영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유한양행은 트라젠타를 경쟁 제품보다 4년 늦게 발매를 시작했음에도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유한양행의 공동 판매 효과로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는 동안 유한양행도 수혜를 입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별도 기준)은 1조3120억원으로 2010년 6493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유한양행과 공동 판매를 시작하면서 유사한 상승 흐름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4년 국내제약사 중 처음으로 별도 기준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도 국내제약사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유한양행이 트윈스타와 트라젠타로 기록한 매출은 1805억원으로 회사 매출의 13.8%를 차지한다. 도입신약 매출 3509억원 중 절반 이상을 베링거인겔하임의 2개 제품 판매로 올렸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의 또 다른 당뇨약 ‘자디앙’의 공동판매도 시작했다. 다국적제약사와 한국제약사간의 공동 판매가 우수한 성과를 내면서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는 모범적인 공동 마케팅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다국적제약사의 국내 법인 중 한국화이자가 가장 많은 6814억원의 매출로 1위를 차지했다. 노바티스, 로슈, 바이엘,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아벤티스 등이 국내에서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로슈는 3675억원의 매출로 14.2%의 성장세를 나타냈는데, 항암제 ‘허셉틴’, ‘아바스틴’, ‘맙테라’ 등 바이오신약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바이엘은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 혈액응고저지제 ‘자렐토’, 항암제 ‘넥사바’ 등의 선전으로 11.3%의 매출 상승세를 기록했다. 머크와 애브비도 각각 전년대비 개선된 실적 흐름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