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바이오센서부터 조영제, 약물전달시스템,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것이 나노의학기술입니다. 앞으로 나노의학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서로 협력관계를 형성해 혁신적인 나노-바이오 기술을 실용화하는데 기여하겠습니다.”
강건욱 대한나노의학회 회장(서울의대 교수)는 27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교수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제 1차 바이오나노메디신 살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 행사는 나노입자를 이용한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연구자들과 임상의사, 바이오기술 특허담당 변리사, 투자회사의 바이오 분야 심사역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참석하는 새로운 커뮤니티 장이다.
바이오나노메디신 살롱의 첫 발표는 이광웅 서울대병원 외과교수가 맡아 ‘간세포암 환자의 간이식 수술 이후 재발 감소에 대한 의학적 미충족 니즈(unmet needs)’를 주제로 강연했다.
간세포암의 수술적 치료법 중 하나인 간 이식(liver transplantation)은 환자의 발암성 간조직을 완전 제거하고 공여자의 간을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단순히 암이 발생한 곳의 주변부를 제거하는 부분절제의 경우 간 내 혈관을 타고 전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지만 완전 절제 후 시행되는 생체 간이식은 병소를 완전 제거한다는 점에서 더 확실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고비용인데다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이 교수는 “높은 의료비와 수술 위험성 등을 감수하고 생체 간이식을 하더라도 25%정도는 1년 이내에 재발(Recurrence)한다”면서 “재발은 체내의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종양줄기세포(Cancer stem cell)에 의한 것으로 이식 후 장기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대상자들은 면역반응을 통한 종양 억제가 어렵기 때문에 재발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간 이식 이후의 예후를 예측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기준인 종양 결절의 개수와 크기를 비롯 AFP, PIVKA II 수치 등이 바이오마커로 사용되지만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분류 기준이 확립되지 못했다고 전한 이 교수는 그 대안으로 ‘액체생검 바이오마커 발굴 및 환자 분류 진단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액체생검을 통해 간 이식이 필요한 간세포암 환자들 중 종양순환세포가 적어 재발에 대한 좋은 예후가 기대되는 환자를 골라낼 수 있는 명확한 분류 기준이 필요하다”며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종양줄기세포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사용하면 먼저 이식 받을 환자를 정확히 분류해서 수술함으로써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이식 후 재발 여부에 대한 손쉬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아울러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바이오마커와 타깃을 발굴함으로써 그에 맞는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 이전과 이후에 채취한 환자의 혈액 샘플 뿐만 아니라 제거한 간의 암 조직 샘플 등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에게 연구에 필요한 샘플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살롱 참가자들은 이 교수의 강연을 듣고 액체생검의 개발 단계와 해결해야할 과제 등에 관한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활발히 주고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서 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기업과 연구자들이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활발히 하면서 교류의 장인 커뮤니티 형성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 투자자와 연구자, 기업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정기 행사로 자리잡은 판교와 대전의 ‘혁신신약살롱’이 그 시초로, 이에 영감을 얻은 다양한 분야의 특화된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있다. 바이오나노메디신 살롱도 새로운 커뮤니티로 매달 정기적인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최측인 원철희 레모넥스 대표는 “나노의학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임상의료진의 니즈(needs)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통해 의미있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양한 바이오 생태계 종사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