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격세지감(隔世之感).
지난 16일 여의도 미래에셋대우에서 열린 제 4회 바이오투자포럼을 참여한 뒤 떠오른 한자성어다. 13개 기업이 하루동안 다섯차례 미팅을 진행하는 일정이었는데 참여자가 적다보니 1~2차례 미팅으로 행사를 마무리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1~2명을 앞에 두고 회사를 소개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기관, 개인투자자, 업계 관계자들이 분주히 파트너링을 하며 매의 눈으로 투자기업을 찾아 헤매던 지난해 9월 3회 포럼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최측 관계자는 "행사 일정 공지가 다소 늦었고 진단이라는 특정분야만 다루다보니 참여자가 다소 적은 것 같다"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절이 바뀌고 새 정부도 출범했지만 바이오산업의 겨울은 이어지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바이오 투자 심리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들어 바이오 신규투자뿐 아니라 IPO(기업공개) 성적표까지 모두 부진하다. 올해 1분기 벤처캐피탈(VC)업계의 바이오·의료분야 신규투자는 4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0억원)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체 업종에서 바이오분야 신규투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코스닥 상장 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유바이오로직스 피씨엘 아스타 우정비에스씨가 올해 상장에 성공했지만 모두 지난해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이다. 올해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의 첫 관문인 기술성 평가를 신청하는 기업들조차 극소수지만 그나마도 낮은 점수로 줄줄이 상장이 좌절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의 거품론이 일면서 기술성평가의 문턱이 무척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특히 시장성에 대해서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실적을 내야 하는 IB업계도 바이오에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IB팀 관계자는 "올해 우리 회사가 주관해 바이오분야로 상장할 기업은 없고 1곳 정도는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면서 자율주행차, AI, 사물인터넷쪽으로 관심이 옮겨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지난해에만 해도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벤처캐피탈의 연락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뚝 끊겼다"면서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고 이들에게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흐름이 끊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바이오분야에 대거 진입했던 소규모 자산운영사들도 다른 분야로 관심이 옮겨갔다는 전언이다.
다만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서 에이비엘바이오(200억원) 엑소코바이오(135억원) 등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물밑에서는 여전히 바이오산업이 성장에 배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VC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어수선했던 정국과 지난해 사상최대 투자의 여파 등으로 소강상태였던 것은 맞지만 하반기부터는 우상향으로 향할 것"이라면서 "(우리회사의 경우)몇몇 새로운 투자기업과의 협상도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 정부가 바이오제약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고 진단과 치료제 개발이 뒤따라야 하는 '치매국가책임제'도 추진할 계획이어서 바이오산업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