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내 의약품 시장 상위권 판도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소발디’, ‘아바스틴’, ‘챔픽스’ 등 새로운 얼굴들이 가파른 성장세로 선두권에 진입한 반면 오랫 동안 시장 판도를 주도했던 약물들은 특허만료 등의 여파로 매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제약사가 내놓은 의약품은 단 1개 품목도 상위권에 포진하지 못하며 안방에서 펼쳐지는 세대교체를 지켜만 보는 처지다.
25일 의약품 조사 기관 IMS헬스의 1분기 의약품 매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가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한 31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999년 국내 발매된 리피토는 국내업체들이 내놓은 제네릭 제품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237억원의 매출로 전체 1위에 오른 이후 선두 수성을 위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가 1분기 308억원의 매출로 1위 리피토를 바짝 뒤쫓았다. 전년대비 11.4%의 높은 성장세로 전체 1위를 호시탐탐 노리는 형국이다.
의약품 매출 상위권에는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가 225억원으로 4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3년 말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소발디는 C형간염치료제를 완치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인 치료제로 주목받은 약물이다.
지난 2015년 9월 소발디는 지난해 5월 보건당국과의 약가협상을 거쳐 건강보험급여 적용이 시작된 이후 빠른 속도로 시장에 침투했다. 소발디는 지난해 809억원의 매출로 전체 5위에 오른 바 있다.
화이자의 금연치료제 ‘챔픽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챔픽스의 1분기 매출은 214억원으로 전년대비 69.5% 치솟았다. 정부의 금연치료제 약값 지원과 부작용 리스크 탈피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2007년 국내 발매된 챔픽스는 '자살'과 같은 정신신경계 부작용이 연이어 보고되면서 의료진과 시장에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2007년 국내 발매된 챔픽스는 '자살'과 같은 정신신경계 부작용이 연이어 보고되면서 의료진과 시장에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챔픽스의 2014년 매출은 63억원에 불과했다.
정부의 약값 지원 정책이 시작되면서 챔픽스의 매출은 2015년 242억원으로 수직상승했고 지난해에도 10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챔픽스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이 제품설명서에서 심각한 신경정신학적 이상반응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문을 삭제할 것을 최종 승인하면서 '부작용 의약품' 누명에서도 벗어난 이후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최근 상승세를 보면 발매 11년만에 국내 매출 1000억원 돌파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로슈의 항암제 ‘아바스틴’, MSD의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도 전년대비 각각 20.4%, 33.3%의 높은 성장률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의약품 매출 상위권을 보면 새로운 제품들이 대거 진입하는 ‘세대교체’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대비 올해 1분기 10위권 제품들을 비교해보면, ‘챔픽스’와 ‘휴미라’가 상위권에 진입했고 ‘바라크루드’와 ‘크레스토’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1위를 고수했던 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는 2015년 제네릭 등장에 따른 약가인하 등의 여파로 10위권에서 밀려났다.
2015년 상위권 순위와 비교시 ‘바라크루드’, ‘프리베나13’, ‘란투스’, ‘크레스토’ 등 4개 제품이 10위권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소발디’, ‘챔픽스’, ‘아바스틴’, ‘휴미라’ 등이 채웠다. 2015년부터 상위 20위까지 국내업체가 자체 개발한 제품은 1개도 없었다. 과거에는 위염약 ‘스티렌’, 고혈압약 ‘아모잘탄’ 등 신약과 개량신약 제품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최근에는 다국적제약사들의 신약에 밀려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