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완제의약품 중 국내개발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26건의 신약을 배출하면서 점차적으로 연구개발(R&D)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국산신약 26개 중 6개는 생산실적이 전무했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18조8061억원으로 전년대비 10.8% 증가했다. 원료의약품 생산실적은 2015년 2조1136억원에서 지난해 2조4932억원으로 18.0% 늘었고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은 14조8569억원에서 16조3129억원으로 9.8% 신장했다.
지난해 국내개발 신약의 생산실적은 1678억원으로 전년(1587억원)보다 5.7% 늘었다. 그러나 전체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에서 국산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그쳤다. 2015년 1.1%에서 소폭 감소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지난 1993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지난해 한미약품의 ‘올리타정’까지 23년 동안 총 26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지만 아직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산신약 품목별 생산실적을 보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총 5개 제품만 100억원 이상의 생산실적을 기록했고 생산실적이 0원인 국산신약은 6개에 달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는 지난해 국산신약 중 가장 많은 507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28.5% 증가하며 국산신약 중 최초로 연간 생산실적 500억원을 돌파했다. 카나브는 최근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 약물 ‘암로디핀’을 결합한 ‘듀카브(성분: 피마사르탄+암로디핀)’를 발매한데 이어 고지혈증치료제 성분 '로수바스타틴'과 카나브를 결합한 ‘투베로’를 판매하기 시작,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LG화학(옛 LG생명과학)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가 전년대비 59.9% 성장한 315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하며 카나브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대웅제약이 제미글로의 영업에 가세하면서 제미글로의 매출이 껑충 뛰었다. LG화학은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공동으로 제미글로를 판매했지만 지난해부터 대웅제약과 손잡았다.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은 지난해 186억원어치 생산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전년대비 2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놀텍은 최근 헬리코박터(H.pylori) 제균 적응증을 획득, 매출 상승세는 높아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종근당의 당뇨치료제 ‘듀비에’는 지난해 162억원의 생산실적으로 전년보다 53.8% 신장했다. 2013년 허가받은 듀비에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치료제로 불리는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당초 우려됐던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처방 현장에서도 신뢰도를 구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내업체가 배출한 유일한 신약인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발매 첫해 102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올리타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권리가 반환되고 부작용 논란 악재를 겪었지만 치료제가 없는 폐암 환자가 사용하는 특성상 발매 첫해 순조로운 출발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하고 동아에스티가 판매하는 소염진통제 ‘아셀렉스’와 동아에스티의 당뇨치료제 ‘슈가논’은 각각 30억원대의 생산실적을 올리며 발매 초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동아에스티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유한양행의 항궤양제 ‘레바넥스’, 종근당의 항암제 ‘캄토벨’, 부광약품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 대원제약의 소염진통제 ‘펠루비’ 등은 전년대비 생산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새로운 약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생산실적이 0원인 국산신약도 6개에 달했다. SK케미칼의 ‘선플라’, 동화약품의 ‘밀리칸’, CJ헬스케어의 ‘슈도박신’, JW중외제약의 ‘제피드’, 삼성제약의 ‘리아백스’,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 등은 지난해 생산실적이 없었다. 허가를 취하한 슈도박신과 밀리칸을 제외한 4개 제품은 사실상 허가받은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동화약품이 2015년 허가받은 항생제 '자보란테'도 지난해 생산실적이 9000만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