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내에서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제약사는 다양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리베이트 의약품의 판매금지 처분을 받고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급여제한 조치를 내린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자는 징역이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폭탄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척결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보험급여제한과 공정위의 과징금은 리베이트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리베이트 규모가 클수록 처분 수위도 가혹해진다. 하지만 식약처의 판매금지 처분은 리베이트 규모와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3개월로 동일하다.
최근 들어 제약업계에서 식약처의 판매금지 처분 기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에서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 결정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서도 식약처가 일관된 판매금지 3개월 처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제약사 19곳의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전주에서 불거진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 조사가 마무리된데 따른 후속조치다. 통상 식약처와 복지부는 검찰의 조사가 끝나거나 재판이 마무리됐을 때 해당 사건 자료를 넘겨받고 행정처분을 진행한다.
이 사건에 대해 제약사들이 술렁이는 이유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업체들도 행정처분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업체들의 경우 담당 직원은 기소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소유예가 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약사 직원이 의료인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행정처분 방침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형사처벌과는 무관하게 리베이트 제공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식약처 입장이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을 보면 의약품공급자가 의료인 등에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 해당품목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진다. 이때 의약품공급자는 ‘법인의 대표자나 이사, 그밖에 이에 종사하는 자를 포함한다’라고 약사법에 명시됐다. 제약사 직원이 리베이트를 건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식약처는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셈이다.
약사법시행규칙에 명시된 ‘허용된 경제적 이익’에 포함되는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제품설명호, 임상시험 지원 등의 범위를 벗어난 거래이기 때문에 검찰의 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행정처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식약처의 리베이트 의약품 행정처분은 감사원의 지적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감사원이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에서 “제약사가 의료인 등에게 의약품 판매촉진 목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 관련 사건 의결서를 식약처에 통보해 약사법에 따라 추가조사 및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식약처는 이후 수백개 의약품에 대해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제공 규모에 비해 중징계가 내려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리베이트로 인한 판매금지 처분은 부당금액 규모와 상관없이 판매업무정지 3개월로 동일하다. 2차 처분은 판매정지 6개월, 3차 처분은 허가 취소다.
이에 반해 복지부의 리베이트 의약품 보험급여정지 처분의 경우 리베이트 규모가 500만원 미만이면 경고 처분을 내리고 부당금액 규모에 따라 처분 수위가 높아진다.
행정처분 기준에서 검사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거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판결을 받은 경우(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처분기준의 2분의 1 범위에서, 선고유예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처분기준의 3분의 1 범위에서 감경) 감경 근거가 있다. 하지만 불법 리베이트만 이 조항에서 제외된다.
일부 업체의 경우 리베이트 규모가 수십만원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행정처분 대상 제약사들도 리베이트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사 직원들이 통상적으로 특정 제품을 지목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의료기관에서 처방된 모든 의약품이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약사들의 고민이다. 예를 들어 제약사 영업사원이 한 의료기관에 회식비를 제공하다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되면 해당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모든 제품이 행정처분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최근 리베이트 의약품 약가인하 처분을 받은 동아에스티의 경우 판매 의약품의 95% 가량이 처분을 받게 됐다. 지난해 2월 한국노바티스는 리베이트 혐의로 40여개 품목이 식약처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식약처는 각 지방청별로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건넨 의료기관의 처방 리스트를 토대로 행정처분을 위한 사전 의견조회를 진행 중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허용되지 않은 불법 행위를 한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면서도 “불과 수십만원의 위법행위로 무더기로 판매금지3개월 처분을 받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행정소송도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