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코스닥 시장이 다시 '바이오 전성시대'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사가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IT 기업 주도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기업 주도 시장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 사태이후 한동안 위축됐던 분위기가 관련 바이오 기업들의 호실적으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회복세가 앞으로 계속될 것인지, 또는 미래 4차산업 혁명과 관련하여 IT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바이오산업의 전망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바이오 전문 투자가로 18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바이오 산업에 몸 담고 있거나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칼럼을 쓰고자 한다. 즉 바이오 산업 전반을 학문적인 시각이 아닌 투자자의 시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이오산업은 다양한 분류 기준이 있겠지만 투자자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크게 의약 분야와 식품, 환경, 농업 등 기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의약 분야가 산업규모가 크고 투자자의 관심을 크게 받는 분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연재할 칼럼은 의약 분야를 중심으로 하고, 환경, 식품, 농업 등의 분야는 몇가지 실례를 드는 과정에서 언급될 예정이다.
의약 분야는 의약품 개발, 의료기기 개발, 의료서비스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의약품 개발 분야만 해도 합성의약품과 생물의약품 분야로 구분되고, 합성의약품은 다시 신약과 복제약으로 나뉘어진다. 여기서 복제약은 신약의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뜻한다. 생물의약품의 경우도 다시 신약과 복제약으로 나뉘는데 특이하게도 생물의약품의 복제약은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르고 있다. 그 이유는 화학 의약품의 경우는 반응기 내에서 기존 의약품과 분자 구조가 똑같은 약을 합성할 수 있고 구조 검증이 가능하지만 생물 의약품의 경우는 반응기가 아닌 균주(bacteria, yeast, fungi, animal cell 등)가 만들기에 생산 균주에 따라 분자구조가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효능측면의 동일성을 검증하는 것에 초첨을 맞추기에 바이오 시밀러 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세분화되어 있는 영역 중에서 먼저 다룰 내용은 신약 개발 분야이다. 투자자는 왜 신약 개발 회사에 투자할까?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높은 투자 수익률 때문이다. 흔히들 허가 과정이 매우 길고, 까다롭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높은 수익성의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규제 및 가격 정책과 낮은 생산원가가 주 요인이다.
의약품 산업이 다른 산업과 가른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규제기관의 허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 허가를 얻는 과정은 높은 자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고 매우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단 허가를 받는다면 규제기관이 일정기간 경쟁 약물의 시장진입을 막아 독점적 시장을 유지하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준다. 약가 책정에도 크게 규제기관이 관여하지 않는데, 이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신약을 개발한 기업이 그동안의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폭리를 취하는 제약사도 나타나게 되는데, Turing Pharmaceutical의 Martin Shukrerey 전 대표는 에이즈 환자에게 쓰이는 약품인 Daraprim의 특허권을 사들이고 약값을 하루 아침에 13달러에서 750달러로 55배 가까이 올려 이익을 취했다. 이 약물을 오랫동안 복용해온 환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행태에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최근 여론의 비난에 밀려 다시 가격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의약품의 가격은 철저하게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동안 치료가 불가능 했던 질병에 대한 치료제나 대체품이 없는 치료제는 매우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높은 수익성에 대한 두번째 요인은 낮은 생산원가다. 복잡한 화학 구조식을 가진 의약품의 경우 합성하기가 어려워 초기에는 생산 단가가 높다. 하지만 제약회사에서 생산원가를 낮출 새로운 합성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해진다.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는 의약품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의약품의 약효 성분인 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의 생산을 외부 회사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많은 제약사들이 다양한 API를 다국적 제약사에 공급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수십년 동안 복제약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생산성과 관련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방법으로 제약사는 신약의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게 된다.
높은 수익성과 관련해서 미국 제약사인 Gilead Sciences가 판매하는 Sofosbuvir(제품명 Sovaldi)를 예로 들어보겠다. Sofosbuvir는 2013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C형간염 치료제이며 2016년 미국에서만 약 6만명이 처방받았다고 한다. Sofobuvir의 판매 가격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인데 미국에서는 12주 처방 의약품 가격이 8만4000달러이며 영국에서는 5만3000달러, 인도에서는 483달러에 판매된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가격도 제약사 입장에서 손실은 아닐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생산원가 대비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내면서 판매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경쟁 제약사에서 다양한 복합 제형으로 Sofosbuvir 및 이의 복합제형 에 대한 경쟁 약물을 출시하고 있지만 경쟁을 통해 소폭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것이다.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매력적인 두 번째 이유는 지속가능성이다. 먼저 휴대폰을 예로 들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2년에 한번은 여러가지 이유로 휴대폰을 바꾸게 된다. 결국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휴대폰 신제품 출시와 함께 새로운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회사의 매출이 갑자기 줄어들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완제품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로 출시한 제품의 판매가 부진하다면 바로 회사 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오래된 기종이 최신 기종과 동시에 팔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의약품의 경우 많은 약들이 시장에 한번 출시되면 효과가 있고 독성이 없는 한 굉장히 오랫동안 시장에서 팔리게 된다. 아스피린은 1897년 개발되어 지금도 해열, 진통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1978년에는 혈소판 응집 차단 효과가 밝혀지며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도 지금도 많이 팔리고 있다. 많은 생물의약품의 경우도 개발 된지 20년에 지나도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유지하는 제품이 많다.
이같이 의약품 개발은 제품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이 막대하지만 한번 성공하면 오랜 기간 높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사업이기에 투자자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김명기 대표는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물공학 석사, 생물과학 박사를 마친 후 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쳐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2000년 TG벤처를 시작으로 투자업계에 몸담아온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한솔창업투자, 인터베스트 전무를 역임한후 지난 2016년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탈인 LSK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하고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