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의약품 개발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내가 투자자라면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의약품 개발 과정을 마치고 시장에 나올 수 있는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 또는 의약품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를 팔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면 된다.
말은 아주 쉽다. 그러나 우리가 투자한 후보 물질이 약이 될지, 대형 제약사가 살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 이다. 이때 투자자가 고려해봐야 할 관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개발 의약품의 대상 시장이 얼마나 큰가?
신약개발 과정에 투자하는 이유는 만약에 약이 된다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은 약을 많이 팔거나 원가에 비해 비싸게 팔거나 비싸게 많이 팔거나 중에 하나인데 미국 제약사인 Gilead Sciences가 판매하는 Sofosbuvir(제품명 Sovaldi)가 시장은 크고 원가대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Sofosbuvir는 2013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C형간염 치료제이며 2016년 미국에서만 약 6만명이 처방받았다고 한다.
많이 팔려면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 질병이 유리하다. 그래서 대상 시장이 크거나 커지고 있는 분야가 투자하기 좋은 분야이다. 예로 들면 당뇨병 치료제나, 항암제 등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당뇨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아직까지 완전 치료 의약품은 없다. 완치가 안된 환자들이 수명이 늘어나면서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 항암제 시장도 인구 노령화에 따라 모든 사람이 죽기전에 한번은 암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 치료제, 발모제와 같은 생명과는 관계가 없는 의약품을 통칭하는 life style drug의 경우도 인구 노령화에 따른 수요가 증가하는 대상 의약품이 될 수 있다. 최근 BBC 뉴스에 따르면 미군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2억9400만달러(3,300억원)어치의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구입한 비아그라의 80%를 퇴역 군인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이렇게 생명과는 관계없으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약품의 경우 개발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이 크면 경쟁자도 많다. 또한 아직 치료약이 없거나 치료 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의약품의 경우는 그만큼 개발 성공률이 낮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큰 시장에서 많은 경쟁자와 싸워 승리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조건들을 만족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판 의약품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의약적 미충족 수요(medical unmet needs)가 얼마나 큰가?
의약적 미충족 수요(medical unmet needs)란 현재의 치료법의 효과가 없거나 미미할 때 발생한다. 예로 비만 치료제의 medical unmet needs에 대해 생각해 보자. 비만의 표준 치료법은 생활방식의 변화유도(lifestyle changes), 체중 감소제(weight-loss drugs), 외과적 수술(surgeries)의 세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상식적으로 외과적 수술은 심각한 비만일 경우에 제한적으로 시행하므로 3가지 방법중 생활방식변화유도와 체중 감소제를 동시에 이용되는 것이 보다 효과적 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시장에서는 체중 감소제 중에서 지방 흡수 저해제인 Orlistat제제(상품명 Xenical)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것처럼 흡수되지 않은 지방으로 인한 Orlistat 제제의 부작용이 상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방소화 흡수기전 외에 허가받는 대부분의 의약품들은 신경약리 기전(예: 항우울제)만을 응용한 용도변경 신약들로써 심각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블랙박스 경고문 삽입 등의 조건부로 허가받는 등 안전성이 가장 큰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비만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경쟁 약물은 어떤 것이 있고 우리 약물의 기술적 우위성은 무엇인가? (차별화된 작용기전(MOA)을 보유하고 있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기존 비만 치료제의 MOA(Mode of Action)는 지질이나 탄수화물 등의 특정 영양소의 흡수를 저해하는 방식이거나 호르몬 대사에 작용해서 식욕을 억제하여 비만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비만 치료제였던 Sibutramine 제제(상품명 reductil)의 경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MOA가 퇴출된 의약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신약개발 과정에서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이루어 지고 투자자는 부작용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MOA와는 다른 의약품을 개발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대사율을 높여 비만으로 축적될 에너지를 남기는 않는 방식의 의약품이 개발된다면 시장의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까? 물론 새로운 MOA를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특정한 단백질과 결합하여 치료 효과를 발생시키는 부분을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큰 시장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MOA를 가진 의약품의 개발은 투자자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경영진은 앞으로 수행할 개발 과정에 적합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의약품 개발만큼 다양한 전공의 인력이 필요한 산업은 없을 것 같다. 후보물질 합성, 약물 최적화, 세포실험, 동물실험, 임상실험의 단계를 거쳐 허가를 받을 때까지 유기화학, 생물, 수의학, 의학, 통계학, 등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같은 각 분야의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을 사내에 모두 채용할 수 없기에 대부분의 바이오벤처는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라는 외부 기관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사내에 이와 같은 업무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사람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경영진들이 신약개발과 관련된 전체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조정 능력을 얼마나 갖추었느냐가 투자 여부에 대한 중요한 판단기준 중에 하나다.
또한 대부분의 산업 전문가들이 국내 제약사는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만한 자본력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내 바이오 벤처의 1차 사업 목표는 후보 약물의 기술판매를 통한 수익확보라고 본다. 그러면 후보 약물을 좋은 조건에 매각하려면 기술만 좋으면 팔릴까? 후보 약물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같은 물건이라도 파는 사람에 따라 팔리기도 하고 안팔리기도 한다. 시장의 경쟁 관계를 잘 분석하고 매수 자의 전략을 파악하여 우리의 판매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고 이 전략에 따라 전임상, 임상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결국 기술을 파는 회사와 사는 회사가 얼마나 자주 소통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경영진이 보유한 국내외 네트워크가 투자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의 경영진 구성과 관련해서는 투자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자세한 내용을 한번더 다룰 예정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투자조합의 투자전략과 부합하는가?
투자사의 투자 재원으로는 대부분 자본금이 아닌 투자 조합을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2016년 기준 약 2조원의 자금이 벤처 기업에 투자가 되었는데 다양한 산업과 기업의 성장 단계별 투자 조합이 만들어지고 투자가 되고 있으며 2조원의 투자금 중에 바이오/메디칼 산업에 투자된 규모는 약 5,000억원 규모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바이오벤처 투자사 중에서도 매우 특화된 영역, 예를 들면 항암제 개발, digital healthcare 등의 분야에만 투자하는 투자조합을 만들기도 하지만, 국내 투자 규모는 미국, 중국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아 바이오산업을 좀더 세분화한 투자 조합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국내 투자조합 중에서도 세분화된 전략을 세우고 초기 바이오벤처에만 투자하는 투자조합도 있고 신약개발 또는 진단기기개발 등 특정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투자조합도 있다.
그러므로 각 투자 조합의 운영사는 검토하는 기업의 사업 내용이 현재 운영하는 투자조합의 투자전략 및 투자 집중 영역에 속하는 가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항목이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운영 투자조합의 투자 영역에 속하지 않으면 투자 집행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