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연초부터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에 나서면서 기업공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시장에서 주목받는 유망 바이오제약기업들이 대거 상장에 도전하는데다 정부도 코스닥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어 바이오제약기업의 기업공개가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엔지켐생명과학을 시작으로 바이오제약기업들의 기업공개가 본격화된다. 기업공개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유바이오로직스, 아스타, 피씨엘 등이 공모주 청약 일정을 미루며 힘겹게 상장했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엔지켐생명과학, 알리코제약, 동구바이오제약은 1~2월 상장한다. 호중구감소증, 구강점막염 치료제를 개발하는 엔지켐생명과학은 15일 수요예측, 22~23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뒤 이달말 코스닥에 상장한다. 77만주를 2만 7000~3만 7000원에 공모해 200억~28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다음 타자는 의약품 제조기업인 알리코제약으로 이달 25일 수요예측 다음달 1~2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상장한다. 235만주를 1만~1만3000원에 공모해 230억~300억을 모집할 계획이다. 비뇨기과·피부과 전문의약품에 특화된 동구바이오제약은 2월 공모주 청약 등 일정을 잡고 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올릭스, 아이큐어, 싸이토젠, 옵티팜 등은 기업공개를 위한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작년 연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전체 분석기업인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지난해 한국콜마홀딩스와 락앤락 창업자인 김준일 회장이 투자해 주목받은 기업이다.
RNAi 신약개발기업인 올릭스와 경피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바탕으로 패치제 등을 개발하는 아이큐어는 지난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두 기업은 최근 각각 100억원, 150억원의 프리IPO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동물 질병 진단업체이자 장기이식용 미니돼지를 개발하는 옵티팜과 순환종양세포(CTC)를 활용한 암 진단 플랫폼을 개발한 싸이토젠도 최근 기술성평가를 통과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닥 문턱에서 좌절을 경험한 툴젠과 파멥신도 올해 재도전에 나선다.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국내 및 호주 특허 및 세계 최대 종자회사 몬산토와의 기술이전 계약, 국내외 바이오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의 성과를, 파멥신은 항체신약 타니비루맵의 호주 2상 완료 및 미국 등 글로벌 임상 추진, 빅파마와의 협력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상반기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 절차를 밟는다. 툴젠은 지난 5일 인터베스트, KTB네트워크,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KB증권 등으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하는 체외진단기업 젠바디는 올해 4월 기업공개가 예정돼 있다. 제2의 블루홀이라 불리는 젠바디는 기업가치가 1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만큼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후성유전학 기반 체외진단기업인 지노믹트리는 폐암, 대장암, 방광암 진단키트 상용화를 위한 국내 임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3가지 진단키트의 국내 허가 절차와 더불어 기술성 평가 등 코스닥 상장 절차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압타머 기반 폐암 조기진단키트를 허가받은 압타머사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외 기술수출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신약개발기업 카이노스메드는 항암제, 에이즈치료제 등의 기술이전 성과와 주목받는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 결과 및 해외투자유치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기술성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연말 350억원의 자금을 유해 주목받은 올리패스는 신경병성통증 신약후보물질의 영국 임상, 발모제, 제 2형 당뇨병, 비만 등을 겨냥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상장에 도전한다.
개발중심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는 설립 3년 만에(2015년) 조기 상장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만성염증질환, 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브릿지바이오는 설립 1년만에 145억원의 시리즈A, 2년만에 138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밖에도 거대분자 세포내 전송기술로 파킨슨병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셀리버리, 치과용 의료기기 개발업체인 레이, 바이오 3D프린팅기업인 티엔알바이오팹 등도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문을 두드릴 기업으로 꼽힌다. 대기업 계열에서는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치료제, 수면장애 치료제의 상업화에 다가서면서 기업공개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SK바이오팜을 올해 기업공개 전망 기업으로 꼽았다.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위한 주권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바이오제약의 상장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조 3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결성을 통한 창업 활성화, 연기금 투자 확대 등 코스닥 활성화책을 내놓는 정부가 기업공개 시장의 문호도 열 것이라는 기대다.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인식 역시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기업의 상장은 2015년이 9곳(제노포커스, 코아스템, 펩트론, 에이티젠, 유앤아이, 아이진, 엠지메드, 강스템바이오텍, 씨트리)으로 최대였다. 2016년에는 8곳(안트로젠, 큐리언트, 팬젠, 바이오리더스, 로고스바이오시스템즈, 퓨처켐, 신라젠), 2017년에는 7곳(아스타, 피씨엘, 앱클론, 우정비에스씨, 신신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티슈진)이 상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펀드 조성을 통해 창업을 장려하고 바이오제약산업의 육성 의지를 밝힌 만큼 기업공개도 활성화해 산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