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규제기관이다. 이는 FDA가 신약개발이 근본적으로 가진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두려움 속에서 얼마만큼의 유연성을 적용할 것인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FDA는 단순히 앉아서 신약개발사가 제출한 서류가 기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체크하는 관료기관이 아니다. 이러한 특징은 어떤 면에서 FDA의 결정이나 판단 기준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다.
FDA가 내린 어제의 결정이 오늘 적용되지 않기도 하고, 원칙을 뒤집기도 하며, 종종 산업보다 한발 앞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한다. 업계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FDA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이다. 때문에 FDA는 신약허가 과정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만드는 규제당국이기도 하다. 혁신적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과학적이지 않다는 거센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혁신신약을 만들어내는 규제기관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혁신신약 개발의 최전선에 서 있다면, FDA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FDA가 애초부터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25여년 전만해도 FDA는 번번이 약물검토 지연(drug lag)에 대한 불평을 들었었고, 약물 개발사에 제대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유럽이 수년 앞서 의약품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즉 FDA이 어떤 노력과 경험이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을 것이고, 이 지점에서 던져봐야 할 질문은 ‘어떻게 FDA가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규제기관이 됐을까’이다. 미국 약가책정, 의료보험 시스템의 독특함과 같은 환경적인 요소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더 근본적으로 FDA의 생각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 시작점으로 FDA의 규제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빚은 케이스 중 하나인 10여년전의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뒤센근이영양증(DMD) ‘엑손디스51(exondys 51)’의 신약허가 사례를 알아보려고 한다.
“모두가 효과가 없는 약물이 승인받는 위험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효과가 없는 약물이 시판허가를 받는 1종 오류만큼이나, 효과가 있는 약물이 출시되지 않게 하는 2종 오류는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늘 유념해야 한다.” -자넷 우드콕(Janet Woodcock) 전(前)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책임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