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제네릭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은성분의 의약품으로 '복제약'이라고도 한다. 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은 제네릭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른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점이 있는데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사업적인 측면의 다양한 시각을 공유해보자.
제네릭 시장의 성장은 의료보험, 의료재정 등 의료정책에 기반한다.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의료정책을 지향한다. 저가의 의약품 공급을 위해 제네릭 중심의 정책을 펼쳤다. 미국 시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신약 고가정책 보다는 국내에서는 같은 효능을 보인다면 저가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을 지원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는 외국 제약사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거나 약효성분인 API 합성 효율화를 통해 국내 제네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높지 않으니 많은 제약사 들이 설립되었으며 제약사별로 경쟁적으로 판매 가능 약품 종류를 늘리다 보니 하나의 제약사가 많게는 300종류 이상의 약품을 판매 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신약개발 위주의 다국적 제약사는 경쟁사 대비 강점을 보유한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 전략을 수립하기에 아무리 규모가 큰 다국적 제약사라도 판매 의약품 종류는 50종을 넘지 않는다.
결국 영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너무 많은 약품을 취급하는 것이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많은 종류의 의약품의 관리에 많은 자원을 배분하다 보면 신약개발 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 투자자에게 성장 동력을 보여주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기업의 가치 상승을 막는 큰 요소로 작용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제네릭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성장 요인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선진국의 고령화 진행이다. 특히 유럽 및 일본 시장의 경우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정부의 의료비용 부담의 증가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최근 다양한 복지 정책 및 의료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되어 국가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되도록이면 저가 의약품 구매를 유도하게 되었고 이것이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성장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오바마케어와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에 따라 제네릭 시장이 성장하는 기회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파머징 시장의 성장이다. 파머징 시장은 중국, 중남미, 동남아 등 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와 같은 이유로 국민복지 향상에 따른 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경제성을 갖춘 제네릭 의약품 공급자에게는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
제네릭시장 성장에 따른 제약사들의 성장 전략의 예는 Teva의 M&A 전략을 먼저 들 수 있다. Teva는 이스라엘 기업이지만 동유럽 제약사의 인수를 시작으로 유럽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였고 이후 신약 연구분야까지 진출하며 기업가치가 빠르게 성장했다. 다양한 국가의 제네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이미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통해 판매 가능한 다양한 의약품을 갖춘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목표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전략이 현재까지는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다.
국내 제약사도 Teva와 같은 M&A 전략을 통해 성장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특히 주요한 파머징 시장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 시장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현지 제약사 인수 또는 생산공장 건립을 통한 성장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네릭사업은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도의 제약사들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제네릭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는 앞으로도 인도, 중국 제약사와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네릭 분야 국내 제약사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먼저 생산시설의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시장용인 KGMP 시설을 EUGMP, CGMP 인증으로 시설을 국제화할 필요가 있으나 이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직접생산 약품을 줄이고 판매 규모가 작은 약품은 CGMP 시설을 보유한 기업에 위탁생산을 하는 추세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와 같은 시장의 변화에 발맞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제네릭 의약품도 API의 신규 합성방법 개발, 완제품 제조방법의 개선에 따른 생산원가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투자비용 절감 및 사업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므로 이와 관련된 기술 및 전략을 보유한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약개발과 관련한 특허는 API의 물질 특허와 API제조와 관련된 제조방법 특허로 나눌 수 있는데 물질특허가 끝나는 신약의 새로운 제조 방법 개발 및 특허등록을 통해 시장의 우선판매권(식의약처는 한-미 FTA 협정에 따라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도입하고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를 회피한 최초 등재 제네릭에 우선판매권한을 주고 있다)을 확보하고 기술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특허만료 이후 시장의 규모, 개발비용 등을 고려하여 사업성있는 물질을 선별하고 투자하여 새로운 합성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 단가가 높다. 이는 사업측면에서는 상대적 소량 판매로 일정규모 이상의 매출 및 수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전에는 없었던 바이오시밀러 관련 가이드라인이 정립되면서 사업적인 불확실 요인이 제거된 것도 사업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생물의약품 중에 기존 생물 의약품만큼 많이 팔리는 블록버스터가 없다는 점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성장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도 제네릭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의 고령화라고 볼 수 있으며 셀트리온이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유럽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공략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고령화에 따른 과도한 유럽 국가의 의료비용 부담이 주요한 원인이다.
많은 논란이 있었던 바이오시밀러의 유효성과 안전성 이슈가 바이오시밀러의 사용이 늘어나며 해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선진국에서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점이 산업에는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 많은데 그렇다면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제네릭시장과 마찬가지로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이 올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발견 이후 현대의 생물학은 과거의 생물학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의 생물학인 관찰 및 분류에서 이제는 모든 반응들이 플라스크 등의 화학 반응기에서 일어나며 형태는 화학 실험실과 생물 실험실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단 유기화학 실험실에서 맡을 수 있는 지독한 냄새는 다행히 생물 실험실에서는 나지 않는다). 생물의약품 공장에서는 화학반응기가 아닌 유전자 재조합 미생물 또는 동물세포가 플라스크 및 반응기에서 자라면서 의약품을 생산해낸다. 생물공정의 최종 목표는 화학공정없이 생물공정만으로 우리가 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만드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생산효율 및 경제성 측면에서 화학공정을 이길 수 있는 생물 공정은 많지 않다. 생물의약품의 경우는 화학적으로 도저히 생산할 수 없는 거대 분자로 생물공정으로밖에는 생산할 수 없고 생산량도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생물 의약품 공장은 기본적으로 제네릭 생산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대행 생산시설(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도 많지 않다. 만약 대행 시설을 찾더라도 임상과정에서 사용한 생산시설과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의약품의 생산시설이 다르면 허가과정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으며, 최악의 상황은 생산시설을 바꿔서 임상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바오시밀러, 바이오베터 개발 기업의 경우 자체 생산을 위한 생산시설 확보 또는 적절한 대행 생산시설 확보와 계약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안정된 생산을 위해 꼭 필요한 대량생산 관련된 경험있는 인력의 확보도 반드시 확인 하여야 할 사항이다.
한미약품, 제넥신 등의 바이오베터 개발 기업과 같이 약물의 지속성 향상 기술 등의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 판매를 최종 목표로 하는 기업의 경우 초기 임상을 위한 대행생산 계약이나 소규모의 자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투자 판단의 중요한 사항이 될 수 있다. 사업목적이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바이오시밀러 생산 및 판매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초기 투자비 조달이 관건이 될 것이며, 생산인력 확보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30%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만이 아닌 바이오시밀러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며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쟁력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결국 바이오시밀러시장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고 대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한 소수의 기업이 세계시장을 과점하는 시장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개발 기업에게는 생산시설 확보가 중요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누적 수주 4조 눈앞”(2018년1월8일 전자신문)이라는 기사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