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종근당의 발기부전치료제 ‘센돔’이 오리지널 의약품 ‘시알리스’의 매출을 넘어섰다. 한미약품의 ‘팔팔’과 함께 국내기업이 내놓은 제네릭 제품들이 다국적제약사들이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의약품 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는 1045억원으로 전년(978억원) 대비 6.8% 늘었다.
품목별 매출을 살펴보면 한미약품의 ‘팔팔’이 지난해 가장 많은 2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2.3% 증가하며 오리지널 의약품 ‘비아그라’보다 2배 가량 많은 매출 규모를 나타냈다.
지난 2012년 발매된 팔팔은 이듬해부터 비아그라를 제쳤다. 팔팔은 이후 단 한번도 비아그라에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며 매출 격차를 점차적으로 더 벌리며 전체 시장을 주도했다. 팔팔의 판매 가격이 비아그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처방량은 4배 이상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화이자와 ‘비아그라’(105억원)와 릴리의 ‘시알리스’(86억원)가 각각 전년보다 2.1%, 13.0% 감소하며 2, 3위를 기록했다. 이어 종근당의 시알리스 제네릭 ‘센돔’이 83억원의 매출로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을 보면 센돔은 2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오리지널 의약품 시알리스(21억원)를 제치며 3위에 랭크됐다. 비아그라에 이어 시알리스 시장에서도 제네릭 제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앞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재현됐다.
의약품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 제품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오리지널 제품이 오랜 기간 구축한 신뢰도를 제네릭이 넘어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와 같은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고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면서 단기간내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팔팔, 센돔 등 제네릭 제품들의 가격은 오리지널 제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종근당은 당초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며 팔팔의 약진을 지켜만보는 처지였다. 지난 2007년부터 바이엘과 업무 제휴 계약을 맺고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를 ‘야일라’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어서다. 종근당은 야일라를 판매하는 동안 유사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계약에 묶여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은 진출하지 못했다.
종근당은 바이엘과의 판매 제휴를 청산한 이후 시알리스 제네릭 시장을 두드리면서 성과를 냈다. 종근당은 지난해 뒤늦게 비아그라 제네릭 ‘센글라’를 내놓았는데 센글라도 발매 첫해에 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 중 팔팔에 이어 대웅제약의 ‘누리그라’가 지난해 2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시알리스 제네릭 중 한미약품의 ‘구구’가 48억원어치 팔리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국내 개발 신약 제품인 SK케미칼의 ‘엠빅스’는 필름형 제품 ‘엠빅스S'와 총 72억원을 합작했지만 전년대비 소폭 하락했다.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는 61억원에 머물렀다. 엠빅스와 자이데나 모두 한때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국내업체들의 저렴한 제네릭 제품 공급이 시작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이 2011년에 발매한 신약 ’제피드‘는 작년 매출이 2억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