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올해 상장을 추진하는 바이오기업 수가 많은 만큼 기술특례 상장의 문을 마냥 열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체외진단기업이라면 기술특례 보다는 매출을 바탕으로 직상장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중회 LB인베스트먼트 전무는 14일 성남시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열린 제9회 체외진단 포럼에서 체외진단기업의 상장 전략과 관련 이렇게 조언했다. 체외진단기업을 신약개발 바이오텍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하는 국내 시장환경을 냉정히 파악해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어느해보다 많은 바이오기업이 상장에 도전한다. 어림잡아도 30~40곳에 이르는데 한해 최다 상장한 바이오기업 수가 9곳(201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신약개발 기업의 경우) 기술거래가 있느냐를 넘어 업프론트 피(Upfront fee, 계약금)가 얼마냐가 중요해 지고 있다"면서 "(상장하려면) 최소 몇십억 규모는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약개발기업은 기술이전 계약 내용을 중시한다면 체외진단기업은 매출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기술특례 보다는 매출을 바탕으로 상장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매출 700억원을 돌파하며 기업가치가 1조원까지 치솟은 젠바디의 사례를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 전무는 이날 체외진단기업의 개발 및 투자 유치 전략도 소개했다.
체외진단기기 개발단계는 ①기초연구단계 ②컨셉증명단계 ③프로토타입 개발 ④임상 확인단계 ⑤허가리뷰 단계 ⑥스케일업과 대량생산 단계 ⑦마케팅과 성장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구 전무는 "체외진단기업은 대량생산과 마케팅 단계에서 정체기를 맞는 경우가 많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회사가 가진 인력 외에 외부에서 어떻게 인력을 보강해 이를 돌파하느냐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유치에 있어서도 단계별 접근이 중요하다. TIPS나 신용보증기금 등은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으면 받을 수 없다. 펀딩을 받지 않았다면 정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부 개발비를 충당하고 이후에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구 전무는 "체외진단기업이 투자를 유치할때는 체외진단 투자 전문 VC를 찾는 것이 좋지만 퍼스트무버의 포지셔닝을 보여줘야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벤처캐피탈에 접촉할때면 이메일보다는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하며 투자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한 피드백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체외진단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장비와 모바일이 접목되고 있으며 IT·블록체인과 같이 다른 산업과의 융합도 강조되고 있다. 기존 제품의 경우 효율화 자동화에 대한 요구도 크다. 구 전무는 "현장진단기기(POCT)는 배터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체외진단에 요구되는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결국 다양한 분야의 자문단을 구성하는 것이 체외진단에서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마커, 다중검출, 현장성 등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스타트업의 기술사업화 성공포인트를 소개했다. 먼저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기술 사업화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그 비중이 90%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지전능한 창업자는 없다. 다른 전공 다른 경력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해야 하며 효율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지원 그룹과 분야별 외부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유치의 경우 전체 사업 계획 내에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대표이사의 지분율 유지 전략까지 사업 시작전에 고민해야 한다.
구 전무는 "상장 요건이 완화되면서 (거래소에서) 회사 내부 관리 구조를 굉장히 까다롭게 보기 시작했다. 재무와 회계를 분리하고 이사회가 잘 운영되는지도 살펴본다"면서 "설립 초기부터 회계 감사를 외부에서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