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연구팀이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Adenine Base Editor)’를 이용해 생쥐의 DNA 중 염기 하나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또한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돌연변이 생쥐의 성체에 염기교정 가위를 적용해 정상 유전자로 되돌리는데도 성공했다. 대부분의 유전질환이 단일 염기의 문제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연구결과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팀은 28일 동물 개체에 아데닌 염기교정을 최초로 적용한 이번 연구결과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IF 41.667)’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생명체에 대한 정보를 담은 DNA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네 개의 염기가 서로 쌍(A-T, C-G)을 이뤄 염기 서열을 만든다. 염기교정 가위는 단일 염기 하나만을 바꿀 수 있는 인공제한 효소다. 2016년 시토신(C)을 티민(T)으로 바꾸는 염기교정 가위(Cytosine Base Editor, CBEs)가 먼저 개발됐고 지난해에는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바꿀 수 있는 염기교정 가위가 등장했다.
이번 연구에 쓰인 염기교정 가위는 DNA의 한 쪽 가닥만 자르는 'Sterptococcus Pyogenes Cas9 (spCas9)'과 아데닌을 가수분해하는 탈아미노효소(adenine deaminase)로 구성돼 있다. spCas9으로 잘려진 DNA 한 가닥에서 탈아미노효소가 아데닌(A)에서 아미노 그룹을 제거하면 DNA 복구 과정에 의해 구아닌(G)으로 바뀌는 원리로 작동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염기 변환으로 정확하게 원하는 형질 변환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염기교정 가위를 생쥐 배아에 전달해 멜라닌 색소 형성에 관여하는 Tyrosinase(Tyr) 유전자의 염기 교체를 시도했다. Tyr 유전자가 망가지면 멜라닌 색소 생산이 중단되면서 일명 ‘히말라야 돌연변이(Himalayan mutation)’가 유도된다. 염기교정 가위 전달 결과 연구진은 Tyr 유전자의 염기가 교체돼 백색증(Albino)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표적한 Tyr 유전자에만 변이가 일어났는지 전 유전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으로 확인한 결과 Tyr 유전자에만 변이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생쥐 유전체인 28억 쌍의 염기 중에 단 하나의 염기만을 교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어 연구진은 근육세포의 안정적 유지에 관여하는 Dmd 유전자 변이로 근위축증이 발병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근위축증은 Dmd 유전자가 근육 세포가 손상되지 않도록 돕는 디스트로핀(Dystropin)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연구진은 염기교정 가위를 반으로 절단해 수송체인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 AAV)에 실어 효과적으로 근육 조직에 전달했다.
염기교정 가위를 성체 생쥐 근육에 주입한 결과 연구진은 Dmd 유전자의 돌연변이 염기가 정상 염기로 치환되면서 디스트로핀(Dystropin)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근육 내에서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염기교정 가위를 동물 배아가 아닌 동물의 성체 조직에 도입해 처음으로 유전질환 치료 가능성을 보였다.
IBS 연구진은 지난해 2월 시토신 염기교정 가위를 동물 개체에 적용해 성공한 데 이어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의 첫 동물실험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같은 유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더 나아가 실험 모델의 성체에서 돌연변이 교정 효과까지 확인했다.
김진수 단장은 “이번 연구는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를 이용해 질환 동물을 개발하거나 유전질환의 원인인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