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봉나은 기자
생체 네트워크 구조를 그려 높은 효능의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려는 기업이 있다. 조광현 카이스트 교수의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신생 '넷타겟'이 그 주인공이다.
조 교수는 20년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체내 생체분자 네트워크를 규명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생물학을 연구해왔다. 이를 통해 치료 타깃 발굴 및 후보물질 도출을 목표로 시스템생물학 기반 플랫폼을 개발해 최민수 넷타겟 대표 등과 함께 지난해 8월 회사를 공동창업했다.
조 교수는 오는 21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서 관련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 앞서 바이오스펙테이터와 만난 최민수 넷타겟 대표는 핵심 플랫폼 2종과 사업 방향을 소개했다.
'네트워크(Network)'와 '타겟(Target)'을 의미하는 넷타겟은 체내 유기적으로 연결돼 서로 조절하는 생체분자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를 신약개발에 활용하려는 기업이다. 기존에 데이터 기반 신약개발을 위해 AI 기술을 도입해 생체분자간 상관관계를 유추하는 연구들이 다양하게 진행됐으나 도출된 결과에 대해 인과관계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시스템생물학 기반 생체분자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특히 넷타겟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동역학 분석을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 모델을 구현할 수 있고 이를 생물학적인 실험으로 입증하는 연구까지 진행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높은 효능의 환자 맞춤형 치료물질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민수 넷타겟 대표는 "넷타겟은 생체 메커니즘에 근거해 치료 타깃을 찾기 때문에 생체분자가 특정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한 근거를 설명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타깃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넷타겟만의 차별성"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물질' 개발 목표
최근 유전자 분석기술의 발달로 질환을 앓고있는 환자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 현상을 찾고 이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개발 중인 약물에 반응을 보일 환자군을 선별하는데 유전자 분석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 유전자 돌연변이 데이터에 의존한 연구 결과는 생체 내 비선형적(non-linear) 특성을 설명할 수 없다. 즉, 실제 생명현상 자체는 선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체분자간 상관관계를 비례, 반비례 혹은 활성(activation), 억제(inhibition)만으로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암은 환자마다 유전자 변이 특성이 다르고, 동일 암종 내에서도 이질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기존 방식은 암 조직 내 다양한 돌연변이 중 암 환자에서 가장 빈번하게 관찰되는 암 유발 유전자 몇 개만을 치료 타깃으로 개발하거나 환자군 분류 기준으로 삼는다는데 한계가 있다. 잘 알려진 타깃을 대상으로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출해도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다.
넷타겟은 먼저 시스템 생물학을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체내 생체분자의 네트워크 구조를 그리고, 이들의 유기적인 연결 관계를 분석해 환자에게 적합한 최적의 치료 타깃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후 타깃에 대한 후보물질을 선정해 환자 맞춤형 치료제로 개발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넷타겟은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타깃을 선별하고 생체분자간 네트워크 분석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타깃 밸리데이션'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이 가장 낮은 '임상2상' 단계에 이르기까지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 원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넷타겟은 고형암을 대상으로 새로운 타깃을 도출해 동물실험 수준에서 이를 검증하고 특허로 확보한 상태다. 향후 후보물질로 합성이 가능해지면 단일 치료요법 또는 기존 약물의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는 병용요법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올해 초 바이오텍 쇼케이스에 참여해 글로벌 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했다"며,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협업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생물학 기반 핵심 플랫폼 ‘N-MAP’, ‘N-CAP’
생체 메커니즘에 기반한 치료 타깃을 발굴하고 효능이 높은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출하기 위해 넷타겟은 2개의 핵심 플랫폼 ‘N-MAP’, ‘N-CAP’을 활용한다.
생체 메커니즘에 기반해 최적의 타깃을 찾는 과정이 ‘N-MAP’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발굴한 타깃에 대해 적합한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과정이 ‘N-CAP’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발굴한 타깃이 생체분자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는 동역학 분석을 통해 타깃에 대한 밸리데이션을 진행한다. 타깃의 생체분자 네트워크 구조만 알아도 충분한 정보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체내에서 생체분자 네트워크가 구현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역학 분석 방법이 가능성 있는 타깃을 찾는 넷타겟의 핵심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넷타겟은 핵심 플랫폼 N-MAP, N-CAP을 활용해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유방암 치료제로 처방되는 기존 약물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유방암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치료 타깃을 선별했으며, 이들 조합이 유방암 세포의 생존율을 낮춘 결과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또한 암세포 유형별 약물의 효능을 예측하고, 환자군을 분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넷타겟 기술의 핵심이 되는 두 플랫폼을 통해 개발 중인 약물의 효과를 분석·예측하는 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으며, 항암제 내성 극복방법을 찾거나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는 병용 치료제를 선택하는 일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나아가 “넷타겟의 고도화된 타깃 발굴 및 약물합성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교수는 오는 21일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바이오파마테크콘서트에서 시스템생물학 기반 플랫폼 연구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사전신청하면 조 교수와의 1대 1 파트너링도 가능하다.
(사전신청 : http://naver.me/Gur8ey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