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글로벌 시장의 메이저인 다국적 제약사들이 새로운 제품 발굴을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리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한미약품의 글로벌 기술수출 대박과 같은 뉴스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메이저 제약사들은 한미와 같이 다른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을 '라이센싱 인' 하거나 아예 그 기술을 가진 회사를 매수하는데 수십억달러를 집행하기도 하는 등 과감한 베팅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가치있는 개발물질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초기단계에서부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외부 개발물질이나 기술에 대한 과감한 라이센싱 인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결과로 검증되었기 때문에 훨씬 과감한 모습이다.
로슈를 예로 들면, 메이저들이 외부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현재 로슈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은 리툭산(Rituxan), 아바스틴(Avastin), 허셉틴(Herceptin) 등이다. 이들 제품의 매출은 로슈의 전체 판매량의 50%를 넘는다. 이들 제품은 로슈가 자체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2009년 바이오기업인 제넨텍을 인수하면서 보유하게 됐다.
전세계 의약품 중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브비의 휴미라(Humira)도 자체제품이 아니었다. 바스프(BASF)의 제약사업 인수를 통해 보유하게 된 제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블록버스터로 떠오르고 있는 애브비의 임브루비카(Imbruvica)도 자체 개발제품이 아니다. 이 제품은 파마사이클릭스(Pharmacyclics)를 210억 달러에 주고 인수하면서 판권을 갖게 됐다.
제약 및 생명공학 전문 컨설팅회사인 이밸류에이트의 자회사인 EP Vantage에 따르면 애브비의 매출 중 자체개발 제품의 매출비중은 겨우 5% 수준이다. 앨러간(Allergan)은 7% 수준이며, 로슈(Roche)도 8%에 불과하다. 물론 노바티스(Novartis) 처럼 60%에 달하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노바티스의 경우에도 자체 개발 제품의 매출비중이 점점 더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노바티스의 2010년 자체개발 제품 매출은 79%였으나 지난해에는 60%로 떨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도 2010년 70%에 육박했으나 2015년에는 50%대로 급감했다. 이들 회사들은 자체개발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어려움에 시달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00년대 후반부터 메이저 회사들의 파이프라인 위기(기존 제품의 특허만료, 임상시험 실패)에서 예견돼왔다. Deloitt Recap LLC database에 조사자료(281개 제약바이오업체, 1988년부터 2012년까지의 통계)따르면 신약 승인신청 단계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이프라인 보다는 Open R&D를 통한 파이프라인의 성공사례가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과정은 메이저 회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는 국내 제약 및 바이오벤처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국내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효율적인 협력관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