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빈 객원연구원
오랫동안 사람들은 장관 벽, 피부 등의 확고한 물리적 장벽이 우리 몸을 외부 물질, 특히 병원균 및 미생물로부터 보호하고 있어 체내 조직들의 무균(Sterile) 상태가 유지되며, 병원균의 유입 등으로 이러한 무균상태가 깨질 경우 염증 반응, 패혈증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물론 이러한 사실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최근 무균상태인 것으로 여겨졌던 여러 조직에서 특징적인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고되며 기존의 통념이 도전받고 있다.
특히 약 100여년 전 암환자의 종양에서 미생물이 처음 발견된 이후 종양 안에 살아있는 미생물들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혐기 환경인 장관계에 주로 서식하는 미생물이 체내로 들어올 경우(Microbial translocation) 우리 몸의 다른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혐기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종양으로 이동한다는 가설이 제시되었고, 최근 여러 연구에서 실험동물의 정맥에 미생물을 주입하였을 때 대부분의 미생물이 종양에 집중되는 것을 관찰한 바 있다[1].
이러한 관찰과 더불어 다양한 암종의 종양 내에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최근 유방암, 폐암, 흑색종, 췌장암, 난소암, 골암, 교모세포종의 7개 암종을 대상으로 1010개의 종양 조직과 516개의 정상 조직 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2020년 5월 Science지에 게재되었다[2]. 분변을 통해 분석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달리 종양 마이크로바이옴의 경우 종양 내 미생물의 양이 적기 때문에, 종양 마이크로바이옴의 존재에 관한 논의에서 샘플 오염에 따른 미생물 핵산 검출에 대한 가능성이 항상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168개의 파라핀 대조군과 437개의 DNA 추출 대조군, 206개의 PCR 대조군을 포함시켜 이들 대조군에서 측정된 값을 기준으로 조직 내 미생물 양을 측정하였다. 우선 qPCR(Quantitative PCR)기반 분석 결과, 68.2%의 췌장암 조직에서 대조군 기준값 이상의 미생물 양이 확인되었고, 골암(66.7%), 유방암(62.7%), 교모세포종(44.4%), 난소암(24.6%), 폐암(16.8%), 흑색종(14.3%) 순으로 대조군 기준값 이상의 미생물 양을 보이는 조직의 비율이 높았다. 검출된 미생물의 총량은 유방암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골암, 췌장암, 교모세포종, 난소암, 폐암, 흑색종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qPCR기반 분석과 더불어 연구팀은 종양 및 정상 조직을 염색하여 미생물의 세포막 및 세포벽의 구성 성분인 Lipopolysaccharide(LPS)와 Lipoteichoic acid(LTA), 그리고 RNA FISH(RNA 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를 이용한 16s RNA 염색을 통해 이들 조직 내 미생물을 확인하였다. 흥미롭게도 조직 염색을 통해 검출된 미생물 유래 물질은 거의 대부분 종양 조직 및 종양 내 면역세포 등의 세포질 내에 존재했다.
종양 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암종에 따라 상이한 특성 및 다양성을 보였는데, 종양 내 마이크로바이옴 다양성은 유방암에서 가장 높았고 흑색종에서 가장 낮았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유방암 안에서도 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양성과 음성, ER(Estrogen receptor) 양성과 음성 등의 유방암 아형(Subtype)에 따라 종양 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조성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서로 다른 미생물이 상이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방암 아형마다 상이하게 나타나는 면역학적 특성이 이들 종양 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서도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