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대웅제약이 경쟁사에 판권을 넘겨준 간판 제품 ‘글리아티린’의 복제약(제네릭) 개발에 나선다. 14년 간 오리지널 보유 업체로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임상시험을 입증해야 하는 후발주자 처지가 됐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4일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착수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대웅제약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했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주 성분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0년부터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로부터 글리아티린의 원료의약품을 공급받아 국내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판매해왔다. 글리아티린은 연간 6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대웅제약의 오랜 효자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대웅제약과 이탈파마코의 계약 종료와 함께 글리아티린 원료의약품 사용권한과 상표권은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종근당은 이탈파마코로부터 공급받은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만들어 ‘종근당글리아티린’이라는 상표명으로 판매 중이다.
대웅제약이 글리아티린의 제네릭 개발에 나선 것은 기존 글리아티린의 공백을 제네릭으로 만회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웅제약은 이탈파마코와의 계약이 종료되자 글리아티린과 동일 성분의 ‘글리아타민’을 생산, 계열사 대웅바이오에 공급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글리아타민의 영업에 가세하면서 글리아타민은 올 상반기 192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효과적으로 시장 방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리아타민은 대웅바이오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순차적으로 ‘관계사에 제네릭 공급→자사 제네릭 개발·판매’ 전략으로 간판 제품 판권 종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제약사는 동일 성분의 의약품을 1개만 보유할 수 있어 글리아티린을 판매 중일 때는 제네릭 개발에 뛰어들지 못했다.
특히 통상적으로 해외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 계약을 맺을 때 계약 기간에는 제네릭 제품 개발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일부 계약의 경우 계약 종료 이후 일정 기간 동일 성분의 제품 판매를 금지하거나 계열사를 통한 판매도 허용하지 않는 내용도 반영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쌓은 영업 노하우를 제네릭 판매에 적용할 경우 오리지널 제품이 역품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흥미로운 점은 대웅제약은 종근당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제네릭 제품의 동등성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대조약은 복제약(제네릭) 허가를 위한 동등성시험을 진행할 때 비교대상이 되는 의약품을 말한다. 주로 최초 허가된 오리지널 의약품이 대조약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당초 대웅제약이 팔았던 ‘글리아티린’이 대조약이었지만 대웅제약이 ‘글리아티린’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지난 3월 글리아티린의 허가를 취하했고 식약처는 지난 5월 글리아티린을 대조약 목록에서 삭제하고,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새롭게 대조약으로 지정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이 오리지널 제조업체 이탈파마코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점이 반영돼 대조약으로 인정했다.
대웅제약은 종근당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지정이 잘못된 행정이라며 중앙행정심의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대웅제약 측은 “글리아티린은 대조약 공고 삭제 시점에 시중에 충분히 유통되고 있었고 식약처는 대조약 지정 당시 사전통지나 의견조회 등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반박하고 있다. 또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오리지널 제약사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했을 뿐 이탈파마코로부터 기술이전 받았음을 입증하기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 의약품동등성 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다”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대웅제약 입장에선 종근당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간판 제품 판권 종료에 따른 매출 공백 만회를 위해 종근당글리아티린과 비교해 제네릭을 개발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연구개발 차원에서 글리아티린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 중이다. 제네릭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