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yang 객원기자
보령제약은 이미 4000억원대의 매출과 3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이다. 지난해 매출 4000억원 중 3600억원은 자사의 완제의약품을 팔아 올린 매출이고 나머지 400억원 정도는 의약품 수탁생산을 통해 올린 매출이다. 회사의 제품 중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은 제산제인 ‘겔포스’이고, 2015년 기준 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이 외에도 맥스핌, 스토가, 메게이스, 뮤코미스트, 부스파 그리고 수탁판매중인 젤로다나 서바릭스 등이 대형병원에서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보령제약의 간판 품목은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정이다. 카나브는 국내에서 30억원이상의 월간 매출이 찍히는 블록버스터 약물이며, 기존 동일계열 약물들을 제치고 단일성분(ARB, AngiotensinII Receptor Blocker) 1위 의약품이다. 올해 6월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장기품절사태에 대한 우려가 불거져 나온 화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수없이 많은 국가로 기술수출이 되고 있으며 올해 총 기술수출액이 4000억원을 돌파했다.
카나브정(Karnarb Tab, Fimasartan)과 ARB시장에 대하여
카나브에 대해 조금 더 알기 위해서는 고혈압치료에 있어서 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에 대해 간단히 아는 것이 좋다.
RAAS(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는 간에서 생성되는 Angiotensin과 신장에서 분비되는 Renin이 관계하여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생체시스템이다. 혈관의 수축과 이완은 심장으로의 혈액 유입과 유출, 곧 혈압에 직접적으로 관련한다.
RAAS와 관련된 약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ACEI(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이고, 이는 AngiotensinI이 AngiotensinII로 전환하게 하는 효소를 막아버리는 약이다. 또 하나는 ARB(AngiotensinII Receptor Blocker), AngiotensinII를 통한 신호전달을 직접적으로 막아버리는 약물이다.
많은 계열의 고혈압 약물들이 있지만, 그 많은 고혈압제제 중 가장 큰 점유를 하고 있는 제품군이 바로 ARB제제 및 ARB복합제제이다. ARB계열의 약물은 Sartan으로 끝나는 이름을 갖고 있다. 보령제약의 Fimasartan을 제외한 나머지 약물들은 기존 세계 굴지의 제약기업들이 판매망을 갖추고 영업 중에 있다.
‘코자/로살탄/MSD’, ‘아프로벨/일베살탄/사노피’, ‘프리토/텔미살탄/GSK’, ‘아타칸/칸데살탄/아스트라제네카’, ‘디오반/발사탄/노바티스’, ‘올메텍/올메살탄/산쿄’, ‘미카르디스/텔미살탄/베링거인겔하임’등이다. 이러한 세계 대형제약사들과의 경쟁 속에 보령제약의 Fimasartan은 국내 1위 점유를 하고 있다.
ARB와 ARB복합제 시장에 대해
인구고령화에 따라 만성 질환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고혈압은 지속적 대증요법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혈압은 단일 약물로는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타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의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두가지 이상의 성분을 한번에 복용할 수 있는 복합제가 높은 시장점유를 하고 있다. ARB의 가치 ARB자체의 가치 뿐만 아니라 약물의 확장성에도 있는데, 이는 함께 복용하기가 쉬운, 즉 복합제 개발의 가치가 높은 약물계열이라는 것이다.
<출처=고혈압 치료제 점유율, 팜스코어>
2014년 기준 팜스코어의 자료에 따르면, ARB단일제와 ARB복합제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약물계열 중 가장 높은 점유를 한 것이 ARB복합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ARB, Fimasartan의 확장성<1> ARB + Diuretics= ARB계열의 약물은 정통 고혈압 치료제인 이뇨제(Thiazide 등)와 복합제로 개발이 되어 팔리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약물들은 올메텍플러스, 코자플러스, 아타칸플러스, 코디오반 등이 있다. 대부분은 기존 단일제제에 플러스의 이름이 더해진 이름이다. 추가적인 혈압강하작용을 표현한 것이다. 보령제약의 경우 이러한 복합제에 대해 카나브플러스(Karnab Plus, Hydrochlorothiazide + Fimasartan)를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ARB, Fimasartan의 확장성<2> ARB + CCB(Calcium Channel Blocker)= ARB제제는 또 다른 고혈압치료약물인 Calcium Channel Blocker와도 조합이 좋아 개발이 될 수 있었다. 이에 해당하는 약물에는 한미약품의 아모잘탄(Amosartan, Losartan + Amlodipine)이 있는데, 이 약의 개발로 한미약품은 엄청난 캐시카우(2015년 매출 460억원)를 얻게 되었다. 또 다른 약물로는 노바티스의 ‘엑스포지’등을 꼽을 수 있겠다. 보령제약의 경우 2016년 8월 카나브와 암로디핀복합제 듀카브(Dukarb, Fimasartan + Amlodipine)를 출시한 바 있다.
△ARB, Fimasartan의 확장성<3> ARB + Statins(고지혈증치료제)= 고혈압은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고지혈증 등 다른 위험질환과 함께일 때 심혈관 합병증과 사망률이 2배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고지혈증과 고혈압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복합제 개발도 또한 이뤄졌다. 해당 약물 중 국내에서 높은 매출순위를 올리는 것은 화이자의 카듀엣이 있고, 2016년 분기매출 6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복합제 시장에서 ‘로벨리토(Rovelito, Irbesartan + Atorvastatin)’을 개발하여 화이자의 카듀엣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이러한 고지혈증복합제 튜베로(Tuvero, Fimasartan + Rosuvastatin)를 개발하여 제조판매 허가를 받았고, 올 11월부터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보령제약은 또한 3제 복합제(Fimasartan + Amlodipine + Rosuvastatin)도 개발 중에 있다.
카나브의 가능성
세계 유수의 제약사의 ARB제품들과 경쟁하여, 카나브가 단일제 1위로 올라선 것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에 있어 타 약물에 뒤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카나브는 국내 고혈압 환자 4만명 이상에 대한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이는 국내 최고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만한 규모이다. 이렇게 큰 규모의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복합제 개발에 해당하는 Pipeline Value up이 쉬워지고, 해외임상을 진행하는 데에도 굉장한 유리하다.
이러한 대규모 임상 데이터는 곧 약물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보령제약은 내년 노바티스의 디오반과 산쿄의 올메텍과의 비교 임상을 진행한다. 비교임상(Head to head)은 약물의 우열을 가리는 것으로 성공하면 타 약물의 시장점유를 빼앗아 올 수 있는 명분이 되나, 실패하게 되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다소 위험한 임상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보령제약은 국내에서 무난하게 카나브복합제를 시장에 내놓았다. 11월이면 3종이 모두 출시되는 것이다. 카나브의 활약과 같은 수준으로 카나브 복합제가 팔리게 되면 년간 1000억원에서 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마치며
보령제약은 카나브의 고지혈증복합제(Fimasartan + Rosuvastatin)에 대해 지난 3월 미국 FDA 임상 승인을 받았다.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최고의 선수가 세계대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홈 그라운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이미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카나브의 선전을 응원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의 가능성이 높은 보령제약에 대한 투자기회를 엿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