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GLP-1을 포함한 인크레틴(incretin) 약물은 비만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현재의 비만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잔치판’이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터’까지 방불케하고 있으며, 이제 제약시장은 비만 치료제를 가진 빅파마와 가지지 못한 빅파마로 나뉘고 있다. 지난해 12월초 로슈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카못 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를 31억달러에 인수하는 딜 역시, 이러한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움직임으로 읽혔다.
그 시작점은 노보노디스크의 주1회 GLP-1 약물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Wegovy, semaglutide)’가 비만에서 15% 체중감량으로 지난 2021년 미국 시판허가를 받으면서 첫번째 물결(wave)을 일으켰다. 이어 2023년 릴리가 20% 체중감량을 보인 GIP/GLP-1 약물 ‘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 Zepbound, tirzepatide)’를 출시하면서 두번째 물결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당뇨약으로 오래 처방돼 온 인크레틴 약물이 최근 들어 갑자기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 노보노디스크와 릴리가 벌이고 있는 치열한 레이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렇다면 현재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더 이상의 미충족수요(unmet needs)는 없는 걸까? 빅파마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 속에 파고들어갈 수 있는 틈, 기회가 없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전무)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비만 치료제가 나온지 오래됐지만, 최근에 와서 이러한 붐이 일어나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라며 “이전의 비만 치료제는 일부 동반질환(comorbidity)을 개선했지만, 다양한 동반질환을 개선하는 것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