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바이오제약산업은 바이오생태계라는 토양에 뿌리내려야 잘 자란다.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벤처·과학자·투자자 등이 모여 신약 개발 관련 의견을 교환하는 자생적 커뮤니티 '혁신신약살롱 판교'가 생겨난 것은 의미있는 사건이다.
이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자리잡는데 공헌한 숨은 조력자 중 하나는 독일계 글로벌 기업인 싸토리우스의 합작법인 싸토리우스 코리아 바이오텍(Sartorius Korea Biotech)이다. 김덕상 대표와 김문정 이사는 장소섭외부터 시작해 궃은 일을 도맡아 혁신신약살롱이 판교에 자리잡는데 힘을 보탰다. 바이오생태계가 결국 국내 바이오제약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들을 성장시킨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김덕상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신약살롱을 통해) 국내 바이오텍들이 의사소통하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국내 바이오생태계 구축과 바이오산업 성장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싸토리우스는 바이오제약사들이 의약품을 안전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개발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전임상 세포배양 정제 여과 등과 관련한 첨단 장비와 기술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장비분야에서는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세계 1위)를 비롯해 일회용 크로마토그래피(1위) 초정밀 전자저울(2위)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을 연구하는 개발하는 학교나 기업 연구실 대부분에서 싸토리우스의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싸토리우스 코리아가 차지하는 위상도 상당하다. 독일 본사에서 근무하다 2005년 싸토리우스 코리아를 설립한 김 대표는 약 10년만에 회사를 매출 700억원(2016년 기준), 직원 130명 규모로 키웠다. 특히 중국, 일본 등을 제치고 아시아 시장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국이 미국, 유럽과 함께 싸토리우스의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싸토리우스 코리아의 핵심 사업은 장비뿐 아니라 cGMP 엔지니어링 컨설팅, 공정개발 및 솔루션 사업, 바이오분야 교육사업 등이다. 특히 올해 본격화하려는 분야는 CTO(Contract Testing Organization) 사업이다.
후보물질이 임상을 거쳐 신약으로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테스트와 검증을 거친다. 특히 원료나 의약품이 생산될 때 생산물이 적합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고 그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입증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싸토리우스의 CTO사업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각종 테스트를 대행하는 서비스다. 미국 유럽 진출이 가능한 cGMP 수준의 검사를 수행한다. 바이오시밀러 구조분석(Biosimilar Characterization) 바이러스 제거 검사(Viral Clearance test) 세포주 개발(Cell Development) 세포은행 (cell Banking) 공정 밸리데이션 서비스(Process Validation Service)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CTO에서 현재 서비스 진행중인 항목들은 세포주검증 및 안전성 검사, 바이러스 및 프라이언 제거 검증, 플라스미드 DNA 검사, 엔도톡신 검사, 단백질 의약품 안정성 검사 등으로 싸토리우스 본사 뿐 아니라 이 분야에서 널리 알려져 2015년 싸토리우스에 인수합병된 영국의 바이오 아웃소스(Bio Outsource)로부터 기술 이전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공정개발, 공정 최적화 기술 및 공정 검증 기술의 경우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면서 "특히 바이오의약품 개발 생산시 요구되는 QC 검증 및 분석 분야는 현재 대부분을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싸토리우스는 CTO 서비스로 국내 기업들의 비용 및 시간 부담을 줄여준다는 목표다.
특히 "기술 이전을 통해 국내 기반 기술을 단기간 내 확립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상당한 수입 대체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산업이 발전하면서 CTO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 시장만 고려한 것은 아니다. 싸토리우스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의 CTO 업무를 담당하는 아시아 허브를 꿈꾸고 있다. 이미 일본 제약회사 50여곳과 CTO 서비스 계약을 맺었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유럽까지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송도에 R&D센터를 건설해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송도 R&D 센터는 국내 주요 기업에 공급하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과 기술에 대한 교육과 공동연구개발(R&D) 및 CTO 서비스를 담당한다.
김 대표는 한국 바이오제약산업 성장하면서 R&D뿐만 아니라 대량생산(Scale-up)에 대한 기술을 갖춰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과학자들은 우수하지만 아직은 생산단계까지 이른 곳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대한 노하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얼마나 시장에 빨리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의 'time to market' 역시 아직 부족하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다하려고 하기보다는 능력있는 업체를 찾아서 아웃소싱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내부의 연구결과를 외부에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아직 부정적 인식도 상당하다"면서 "다른 기업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결국 '바이오생태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으면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 핵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서 "국내 바이오텍들이 R&D에서 생산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어려움이 많다. (싸토리우스 코리아는) 그 빈 곳을 채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