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조정민 기자
'100달러 게놈(Genome)'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1000달러 게놈 시대가 열린 지 3년만에 10분의 1 가격에 유전체를 해독하는 시대가 예고된 것이다. 유전체 분석 대중화에 따른 정밀의학, 맞춤의학 실현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미국 생명공학기술업체인 일루미나(Illumina)의 프란시스 데소우자(Francis deSouza) CEO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100달러에 한 사람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이 가능한 날이 멀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100달러 게놈 시대는 일루미나가 이날 발표한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반의 새로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플랫폼인 ‘노바섹(NovaSeq) 시리즈’가 연다. NovaSeq5000과 NovaSeq6000로 이뤄진 새로운 시스템은 일루미나의 기존 '하이섹 엑스 텐(HiSeq X Ten)'의 성능을 가뿐히 뛰어넘는 '괴물'같은 장비다.
NovaSeq5000은 60시간 이내에 2테라바이트(20명의 WGS)와 16억개의 흐름 세포를 분석할 수 있으며 NovaSeq6000은 2일 이내에 최대 6 테라바이트(60명의 WGS)와 200억개의 세포 분석이 가능하다. 6테라바이트 분석에 약 2주가 걸리는 하이섹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다. 데소우자 CEO는 "노바섹를 이용하면 인간의 전체 유전체의 풀어진 DNA를 분석하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노바섹의 가격 정책 역시 파격적이다. NovaSeq5000(연말 출시)은 85만달러, NovaSeq6000은 98만 5000달러로 약 10억~12원 수준으로 개별 구매가 가능하다. 초기 출시가가 대당 100만달러로 10개 세트로만 구입할 수 있었던 하이섹보다 부담이 오히려 줄었다.
고가의 NGS 장비를 구입할 여력이 없어 일부 기업에 유전체 분석을 의뢰했던 유전체 연구기업들이 직접 구매가 가능해져 유전체 장비 대중화도 예상된다. NGS 장비로 유전체 분석을 대행해주던 비지니스 모델을 갖고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게 됐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2000년대 초반 한명의 유전체를 해독하기까지 약 30억 달러가 들었다. 이후 유전체 해독 기술인 NGS가 본격 연구되면서 일루미나가 2014년 '하이세크 엑스 텐'을 통해 1000달러 게놈 시대를 열었다. 일루미나는 다시 3년만에 노바섹을 통해 현재 비용의 10분의 1에 불과한 100달러 게놈 시대가 예고했다.
신테카바이오의 정은구 박사는 "일루미나의 NGS 기술력을 바탕으로 칩셋(chip set) 기술을 발전시켜 낸 결과물이 노바섹"이라면서 "NovaSeq6000을 사용하면 1만명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와 같은 것은 1년 안에도 마칠 수 있다. 3~4배가 걸렸던 시간을 단축하는 만큼 어마어마한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놈 100달러 시대는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당장 유전체 분석 장비의 대중화로 유전체 연구자와 기업들의 연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 박사는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들이 실제로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지도록 분석하고 핸들링하는 바이오 인포매틱스(Bio informatics)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체 분석 장비 대중화와 연구 활성화는 유전체 분석 서비스의 대중화로 이어진다. 건강검진, 치매검진 등에 유전체 분석이 기본 항목에 포함되는 상상도 낯설지 않다. 결국 게놈 100달러 시대는 인간 유전체 분석을 통한 정밀의학, 맞춤의학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일루미나는 이날 IBM 왓슨과의 협력도 예고했다.
신형두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유전체 분석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연구자들이 꼼꼼히 유전자와 질병과의 연관성을 밝히게 될 것이고 이후 의사와 일반인들이 이들 정보를 이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루미나는 이날 노바섹의 선구매 업체가 6곳이라고 밝혔는데 그 중에는 게놈프로젝트의 선두주자인 첸-주커버그 재단과 휴먼롱제비티(Human logevity) 가 포함돼 있는 것도 흥미롭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크레이그 벤터의 휴먼롱제비티사와 손잡고 200만명 게놈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첸-주커버그 재단 설립자인 첸이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술고문으로 임명되면서 세 곳의 연합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게놈 정보를 축적해 전세계 유전체 분석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이들의 의지가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