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박준범 기자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1000억원을 조달한다. 차입금상환, 자회사 투자 등에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넉넉지 않은 곳간 형편 때문에 선택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구주주 대상 분리형신주인수권사채를 발행한다.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2%, 사채만기일은 2022년 3월 16일이고 행사가액은 14만3500원이다. 시설자금 100억원은 전사 전산구축하는 비용으로 쓰이고, 운영자금 700억원 중 100억원은 회사 운영비, 6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타법인증권취득자금 200억원은 DM바이오 주식 취득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금흐름 개선이 필요한 동아쏘시오홀딩스
업계에서는 동아쏘시오홀딩스가 긴급 자금 마련을 위해 BW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3분기 동아쏘시오홀딩스 별도 기준 재무제표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유동자산 중 가용가능한 현금은 517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97억원, 기타유동자산이 10억원. 이에 비해 1년내로 상환해야하는 단기차입금은 1850억원이고 이자율이 2.66~3.43%다. 가용가능한 현금성 자산 대비 1년내 갚아야할 자금이 많다. 통상적으로 단기차입금의 경우 은행에서 대출한 것이기에 만기 이후 재연장하기도 한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최근 3년간 현금 유출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542억원, 2015년에는 472억원이 유출되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현금흐름은 자회사로부터 들어오는 배당, 로열티, 용역수익 대비해서 지출되는 판매관리비, 이자비용, 배당금지출이 크지만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 연구개발비와 관계기업지분 관련 투자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왜 BW인가
동아쏘시오홀딩스는 BW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회사채발행이나 은행대출 연장, 유상증자보다 유리하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BW 발행조건을 보면 채권의 표면이자율은 0%고 만기이자율은 2%다. 표면이자란 지정된 날짜에 채권 보유자에게 지급해야하는 이자이고, 만기이자란 채권 만기일에 채권 보유자에게 복리로 계산해서 지급해야하는 이자를 말한다. 이번 BW 발행조건은 중간에 지급할 이자는 없고(표면이자율 0%), 5년뒤 만기에 원금의 10.49%를 이자로 한번에 지급하면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에 필요한 이자비용 부담이 없다.
회사채 발행에 대한 검토가 있었겠지만 최근 채권시장의 분위기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시장의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우리나라 채권시장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에 발행한 동일한 신용등급(A)인 3년만기 CJ프레시웨이7의 이자율은 2.91%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가 A+(안정적), 한국신용평가는 A0를 부여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BW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 2%와 비교해볼 때 높은 금리다. 동아측은 BW 발행을 통해 연 1.00%포인트 가량의 이자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은행 대출 연장하는 방법도 BW보다 많은 이자비용이 지출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기존에 대출한 금리는 2.66~3.43%다. 이 역시 BW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을 고려하면 연 0.66~1.43%포인트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은행 대출이 통상적으로 1~3년인 것을 고려하면 대출을 연장할 때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BW는 유상증자보다 주주들에게 유리한 투자 방법이다. 주주에게 유상증자와 BW발행은 추가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유상증자의 경우 유상 증자 받은 주식만큼 주가 등락에 대한 위험에 노출되지만, BW의 경우 채권과 옵션이 혼재된 구조의 특성상 주가 하락시 채권부분이 손실의 폭을 줄여주고, 주가 상승분에 대해서 보유하는 옵션에서 수익을 향유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수단으로 분류된다.
◇지배구조 강화 위한 포석인가
대주주 지분 확충을 위한 포석이라는 가능성은 열려있으나 이것이 BW발행의 핵심 이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정석 회장이 지분 25%를 보유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했고 공모발행이라는 방법은 안정적으로 많은 수의 신주인수권(추후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옵션)을 확보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분리형 BW는 대주주의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권 강화를 하는데 많이 쓰인다는 의견이 있다. BW중에서 신주인수권만 시장에서 사거나 특정인으로부터 블럭딜로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2010년 동아제약이 GSK와 전략적 제휴하며 자금조달하는 과정에서 이트레이드증권을 대상으로 분리형 사모 BW를 발행했다. 동아제약은 시설투자용 자금 조달을 위해 BW를 발행했다고 했으나 업계나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행위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확인결과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0년 5월27일자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당시 강신호 당시 회장은 기타(신주인수권)을 보유하지 않았으나 BW가 발행된 6월8일 이후 6월11일자 공시에 36만8000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선례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BW발행이 지분 확충을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강정석 회장은 지난해 10월 에스티팜과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교환을 통해 99만주의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주식을 확보, 25.7%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경영권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사모 BW의 경우 신주인수권 보유자가 명확해 많은 물량을 되사기(buy back)가 쉽지만, 공모 BW의 경우 불특정 다수에 신주인수권이 배당되기에 대주주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그락소(Glaxo)그룹 6.8%, 오츠카그룹 5.8%에 배정된 물량 정도가 대주주에게 양도 가능한 물량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되고, 향후 투자를 위한 선제적인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