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연구진이 생검(biopsy)과 같은 침습적 조직검사 없이 고화질 영상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두 자성물질의 근접도에 따라 MRI 신호 강도가 달라지는 자기 공명 튜너(Magnetic Resonance Tuning, MRET) 현상을 이용해 질병을 선택적으로 찾아내 강한 MRI 신호를 보내는 ‘나노 MRI 램프’가 그 주인공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화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이 MRET 현상의 작동원리를 실험과 이론으로 증명하고 질병 진단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 과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IF 38.891)’ 온라인판에 이날 새벽 1시(한국시간)에 게재됐다.
나노 MRI 램프는 자성나노입자, 상자성 물질(paramagnetic material), 생체인자 인식 물질 3가지로 구성돼 있다. 나노 MRI 램프는 자성나노입자와 상자성 물질 간 거리에 따라 MRI 신호를 켜거나(On) 끌 수(Off) 있다. 생체인자 인식물질은 나머지 두 자성물질을 연결한다. 생체인자 인식 물질이 질병 인자같은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면 연결된 자성물질 간 거리가 멀어지며 MRI 신호가 켜진다.
나노 MRI 램프는 병든 조직을 주변 조직에 비해 최대 10배 밝게 보이는 고감도 영상을 구현한다. 현재 상용화된 MRI 조영제는 MRI 신호가 켜진 상태로 몸 안으로 주입돼 주변 조직과 병든 조직 간 명확한 구분이 어려웠다. 이와 달리 나노 MRI 램프는 특정 질병과 연관된 생체인자에만 반응한다.
천진우 단장은 “기존 MRI 조영제는 밝은 대낮에 램프를 켜는 것이라면 나노 MRI 램프는 밤에 램프를 하나 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나노 MRI 램프는 자기장의 원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생체인자 인식 물질만 바꿔주면 다방면으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체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염기서열의 유전자, 단백질, 화학분자, 금속, 산도 (pH) 등을 MRI로 영상화 할 수 있다. 생검(biopsy)과 같은 침습적 조직검사 없이도 암 관련 질병 인자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나노 MRI 램프를 암 진단에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나노 MRI 램프는 암전이 인자 MMP-2(matrix metalloproteinase-2)가 생체인자 인식물질(펩타이드)을 끊으면 자성나노입자와 상자성물질이 멀어져 MRI 신호가 켜지는 작동 원리다. 실험 결과, 나노 MRI 램프는 나노 몰(nM) 농도 이하 극미량의 MMP-2를 선택적으로 검출하고, 암에 걸린 동물모델의 암 부위에서만 강한 MRI 신호를 보내는 것을 확인했다.
나노 MRI 램프는 생체 깊은 곳에 있는 질병 인자를 탐색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관찰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MRET을 활용하면 질병인자 탐색은 물론 생체 내 생명화학 현상도 볼 수 있다. 광학적 방법인 형광 공명 에너지 전달(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FRET)은 생명현상을 관찰하는 데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생체 깊이 존재하는 조직을 관찰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연구진이 규명한 MRET은 자기장을 기반으로 해 광학적 방법이 갖는 빛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천 단장은 “나노 MRI 램프는 원리가 간단하면서 높은 정확도와 민감도를 나타내 더욱 정밀하고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MRET 원리 기반의 고감도 나노이미징 및 센싱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