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지난해 12월 반도체 팹리스(Fabless) 기업인 넥스트칩은 바이오의약품 전문개발기업 바이오버드 지분 79%를 인수하면서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바이오버드는 ‘앤씨비아이티(NCBIT)’라는 새로운 사명과 함께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앤씨비아이티는 보유한 다양한 지혈제 제품의 상업화를 우선 목표로 삼았다.
앤씨비아이티는 정광회 연세의대 교수가 2000년에 설립한 심혈관 진단, 치료제 개발관련 바이오벤처로 현재 중점사업은 지혈제 개발이다. 넥스트칩은 지혈제 사업분야의 잠재성과 진단분야에서 반도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진단센서, 바이오센서, 바이오 디바이스를 개발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
앤씨비아이티가 가진 지혈제기술의 핵심은 '재조합 배트록소빈(recombinant Batroxobin)'이다. 뱀독 성분인 배트록소빈은 뛰어난 지혈능력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앤씨비아이티는 세계최초로 효모(yeast)를 이용한 재조합형 배트록소빈의 발현에 성공하여 생산기술에 대한 국내, 미국, 중국특허를 갖고 있다.
앤씨비아이티는 전임상서 재조합 배트록소빈(rBat) 기존 천연형 배트록소빈과 동등한 지혈효능을 확인했다. 재조합 배트록소빈은 천연 물질과 동일한 아미노산 서열을 가지며, 인체내 투여량은 10ug(1/1,000,000g)에 불과하다. 회사는 재조합 배트록소빈을 이용한 주사제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1상을 진행, 2015년에 임상1상을 완료했다.
강상우 앤씨비아이티 사업개발 전무는 “기존 천연형 지혈제와는 달리 상온에서도 안정성(stability)이 뛰어나며, 생산수율이 우수해 제조원가 측면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배트록소빈이 지혈능을 가지는 원리는 뭘까? 지혈이란 외상 혹은 수술로 인해 출혈이 일어날 경우 인체가 가진 자연방어작용으로 혈관이 수축되고 혈소판이 응집되면서 혈액응고 기전이 활성화, 출혈부위에서 혈액응고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다. 이때 혈액내 트롬빈은 핵심적인 지혈인자로 평소에 비활성화 상태로 존재하다, 출혈상황에서 활성화되면서 피를 응고시키는 작용을 한다.
뱀독에 들어있는 배트록소빈이 트롬빈과 유사한 기능을 해, 배트록소빈은 트롬빈의 대체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트롬빈이 잘 작동하지 않는 환자나 항응고제 및 헤파린에 의해 간섭을 받지않고 지혈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기존시장은 대부분 뱀독으로부터 직접 추출한 천연형 지혈제를 이용한다. 특히 배트록소빈을 포함한 천연형 지혈제는 중국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데(2014년 기준 시장규모 약 5000억원), 원료공급의 대부분을 스위스 펜타팜(PentaPharm)이 독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010년 중국 정부가 펜타팜 사 배트록소빈의 수입허가를 만료시킴에 따라 중국 내 뱀독 지혈제 제품 및 뱀독 원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
강 전무는 “펜타팜은 브라질에 대규모로 뱀을 사육해 원료를 추출하는 방식을 이용하는데, 이에 따른 원료 공급을 독점함에 따라 중국 현지기업들은 브라질 인접 지역에서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하거나, 중국 내 토종 뱀으로부터 유사 지혈제를 모색하거나 더 나아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천연형 배트록소빈을 합성하려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는 임상1상 완료 등 상업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재조합 배트록소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앤시비아이티가 유일하다는 것.
그는 “천연형 배트록소빈은 정제과정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신경독성물질이 잔재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라며 “재조합 배트록소빈은 이론에 입각한 제조방법으로는 실제 발현이 안되어 제조기술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했다. 배트록소빈을 재조합할 경우 동물원료 사용에 따른 2차 감염문제와 동물 사육에 따른 동물보호 윤리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앤씨비아이티는 재조합 배트록소빈의 GMP 대량생산공정 확립했고, CMO 위탁생산시설(EU GMP)에서 200L 규모의 임상시료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향후 중국에서 생산할 계획도 염두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앤씨비아이티는 재조합 배트록소빈이 가진 지혈능을 활용해 주사제 뿐만 아니라 지혈패드, 진단시약 그리고 항혈전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항혈전 기능은 배트록소빈이 가진 지혈효능과 상반된 기능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인정하여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차세대 연구과제로 혈류 개선에 적용할 수 있으며, 최근 배트록소빈이 급성난치 치료제로써의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즉, 다양한 적응증으로의 확대가능성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은 어떨까? 앤씨비아이티는 2004년에 심혈관 감염여부를 단시간내 확인할 수 있는 진단물질 D-Dimer를 개발해 미국 진단업체인 프린스톤바이오메디테크(PBM)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가 있다. 2015년에는 재조합 배트록소빈으로 스위스 팬타팜과 CDA를 체결했으며, 글로벌 사업화에 대해 협의중이다.
중국으로의 라이선스 아웃도 계획하고 있다. 강 전무는 “주사용 지혈제의 기술이전을 위해 중국의 상위 제약사와 접촉 중이다”라며 “2017년 내에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와의 지혈패드 공동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강 전무는 “국내 중상위 제약사와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지혈패드는 의료기기 3등급 비흡수성 창상피복재와 4등급 흡수성 극소지혈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비흡수성 창상피복제는 2018년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소지혈제인 흡수성 창상피복재는 2019년 시판할 계획이다. 재조합 배트록소빈을 이용한 진단시약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다국적 임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