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에이비온은 지난 1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코스닥 상장이 불발되는 아픔을 겪었다. 동반진단과 함께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기술력 있는 바이오텍이지만 주력 파이프라인이 개발 초기단계라는 이유로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에이비온은 현재 조직 내부를 추스르고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데 결국 신약개발이라는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신약개발 경험이 풍부한 윤선주 박사를 최근 연구소장(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윤 소장은 애경그룹 계열사인 네오팜의 신약개발본부장,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국내 바이오생태계에 교류와 협력의 장을 연 판교혁신신약살롱 탄생의 주역이기도 하다.
윤 소장은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혁신신약 분야에 발을 디딘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면서 "그동안 신약개발 현장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실제 신약개발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과제이기도 한 에이비온의 c-Met 억제 위암 치료제(ABN401), 바이오베터 다발성경화증 치료제(ABN 101)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다음은 윤선주 연구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에이비온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합류하기 전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항체신약, 단백질 신약, c-Met 저해 폐암 표적 치료제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생화학이 백그라운드이지만 생물소재공학, 당생물학, 암,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연구했다. 미국에서 당사슬(글라이칸) 마커를 통해 전립선암 검진율을 높이는 연구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신약개발은 종합과학이자 오케스트라와 같은데 그동안 경험했던 것을 신약개발에 녹여보고 싶었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범부처 과제로도 경험했던 에이비온의 c-Met 억제 위암 치료제(ABN401), 바이오베터 다발성경화증 치료제(ABN 101)의 경쟁력도 봤다. 특히 ABN101은 글라이코실레이션(Glycosylation)이 특성화된 파이프라인으로 나의 전문성을 가미할 수 있는 분야로 확장성도 있다. 혁신신약 분야에 발을 디딘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리스크를 안고 (에이비온에) 온 것이 아니다.
-에이비온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이유는
▲ c-Met 표적 항암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모두 실패한 중요한 타깃으로 반드시 허들을 넘어야 하는데 결국 어떤 전략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c-Met 표적 항암제가 실패한 이유는 결국 3상 결과치를 예측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결국 신약 개발 초기단계부터 동반진단을 통해 환자를 선택하고 과학적인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허들을 넘는 길이다. 그런 면에서 에이비온의 ABN401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발성경화증 치료제(ABN 101)는 바이오베터로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약효, 안전성, 가격, 환자 편의성 등이 담보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ABN101은 종합적으로 이런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참고 : 에이비온이 개발 중인 ABN101은 기존의 인터페론 베타에 당쇄를 추가해 생산성, 안정성, 약동성을 개선했다. 또한 생산성 역시 기존 인터페론 베타보다 최소 20배 이상 높이는 기술을 확보했으며 주 1회 투약(종전에는 주 3회)만으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에이비온의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지적도 하는데 단계별로 약물의 궁극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에서 완성도 높은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말쯤이면 좀 더 가시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에이비온 연구소장으로서의 각오와 계획은
▲연구소에 조인(Join)을 한 만큼 연구소 역할 강화에 힘을 쓰고 있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제품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발할 계획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이 확산되면서 CRO, CMO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래도 특정약물에 대해서는 개발자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적절한 협력을 해나갈 것이다.
당사슬, 당쇄화는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이를 기반 기술로 새로운 에이비온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싶다. 현재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어느정도 진척 되고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미래부, 복지부, 산업부가 각 부처의 성격에 맞게 신약개발을 지원해왔는데 부처간 장벽으로 연속성에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것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 국내 혁신 신약개발에 기여한 바는 크다고 생각하며 자부심도 느낀다. 평가관리팀, 전략기획팀 등에서 일하면서 많은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을 사회에 확산시키는게 중요한데 신약개발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싶다.
-국내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혁신신약살롱과 같은 커뮤니티가 굉장히 의미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신약개발 하는 기업들은 엄격한 비밀유지로 신약개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 결국 실패를 하더라도 제자리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역량이 올라가지 못했다. 혁신신약살롱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신약 개발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판교혁신신약살롱에 꾸준히 참여해 왔는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또한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계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전략을 편다고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