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이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의약품 9개 제품에 대해 보험급여 정지 처분을 내렸다.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을 포함한 33종의 의약품은 급여정지를 551억원의 과징금으로 대체했다. 동일 성분의 복제약(제네릭)이 있는데도 부작용을 이유로 급여정지 처분을 면제해준 결정을 두고 제네릭 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에 대해 엑셀론캡슐 4종, 액셀론패취 3종, 조메타레디 2종 등 9개 제품에 대해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는 사전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검의 한국노바티스 기소에 따른 후속조치다. 노바티스는 2011년1월부터 5년간 약 25억9000만원 상당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다.
지난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의약품 보험 급여 중단’이 적용되는 첫 사례다. 일명 ‘리베이트 투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해당 품목의 보헙급여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적발된 리베이트 규모가 1억원 이상일 경우 해당 의약품의 보험급여가 1년 동안 중단된다. 5년 이내에 또 다시 적발되면 영구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복지부는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경고처분을 내린 적은 있지만 급여정지 처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가브스’, ‘트리렙탈현탁액’, ‘글리벡’, ‘온브리즈’, ‘글리벡’ 등 33종의 급여정지 처분은 과징금 551억원으로 대체했다.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 대상 약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하되 동일제제가 없는 경우 등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르면 퇴장방지의약품, 희귀의약품, 동일제제 없는 단일 품목, 복지부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 급여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복지부는 노바티스의 행정처분 대상 42개 품목 중 동일제제가 없는 단일 제품은 23개에 대해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동일성분 약물이 있는 19개 품목 중 액셀론과 조메타레디에 대해서만 급여정지를 결정했고 나머지 제품들은 환자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거나 급여정지 실효성이 없는 등의 사유로 과징금 대체 대상으로 분류했다.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경우 동일 성분의 제네릭 제품이 시판되고 있는데도 급여정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인정받고 허가받은 제네릭이 10여개 있는데도 환자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급여정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제네릭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종근당, 보령제약 등 10여개 업체가 글리벡의 제네릭을 허가받고 판매 중이다.
복지부는 "글리벡의 경우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수년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로 약제 변경시 동일선분 간이라도 적응 과정에서의 부작용 등 우려가 있고, 질환 악화시 생명과 직결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급여정지 대상 약제의 효능 일부만을 대체하는 등 임상적으로 동일한 대체 약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체약제의 처방 및 공급, 유통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대체약제의 생산․유통 가능량이 급여정지 약제의 예측 사용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 △요양급여 정지 대상 약제의 환자군이 약물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실상 요양급여 정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등은 과징금 대체가 가능한 사유 판단 기준이으로 설정했다.
이와 관련 백혈병환우회는 “글리벡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 정지 처분을 했을 경우 성분이 동일한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효능에 관한 사회적 논쟁과 무관하게 글리벡 치료로 장기 생존하고 있는 수천 명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을 강제적으로 다른 대체 신약이나 복제약으로 교체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라며 글리벡 급여정지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뇌전증 치료제 ‘트리렙탈필름’은 약제 혈중농도 변화 시 발작 위험이 있으며, 발생 상황에 따라 환자에 심각한 위해 초래 가능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됐다. 고지혈증치료제 ‘레스콜캡슐’은 유일한 대체약제의 수입사가 노바티스의 자회사로서 급여정지 시 오히려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급여정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전처분에 대한 한국노바티스 사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내 본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체약제의 추가 생산, 유통과 요양기관 내 입찰, 구매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처분 유예기간(최대 3개월 이내)을 두는 방안을 검토, 환자 치료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불법 리베이트에 대하여 수수자와 제공자 모두를 강력히 제재하는 등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보다 실효적인 제재를 위해 과징금의 상한을 현재 40%에서 최대 60%까지 인상하는 방안 및 리베이트 의약품의 약가인하 처분도 선택적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