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막대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업 규모상 R&D 비용을 무작정 늘리기도 어려워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3일 바이오스펙테이터가 국내 주요 바이오제약기업의 사업보고서와 미국 바이오전문지 피어스바이오텍(FierceBiotech) 등의 빅파마 실적 분석 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 2016년 글로벌·국내 10대 바이오제약기업 R&D 투자비용이 72배차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슈, 존슨앤존스, 노바티스 등이 포진한 글로벌 10대 바이오제약기업의 지난해 R&D 비용은 718억 400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81조 2000억원에 이른다.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이 속한 국내 10대 바이오제약기업의 전체 R&D 비용은 1조 1272억원. 글로벌 10대 바이오제약 기업의 R&D 비용의 72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절대액에서는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국내 10대 기업의 R&D 비용을 모두 모아도 하나의 빅파마 R&D에도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10위인 GSK의 투자액(49억 4000만달러, 약 5조 6000억원)과 비교해도 5분의 1 수준이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바이오제약사 81개로 대상(1조 4737억원, 팜스코어 조사)을 넓혀도 마찬가지였다. 빅파마 중 지난해 가장 많은 R&D 투자를 단행한 곳은 로슈(114억 2000만달러, 약 12조 9000억원)로 국내 1위 셀트리온(2640억원)보다 48배가량 많았다.
빅파마와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빅파마들은 대개 매출액의 10~20%를 R&D에 투자하는데 국내 기업들 역시 투자 비중에 있어서는 크게 뒤지지 않았다. 빅파마 중 아스트라제네카(25.7%) BMS(25.4%)일라이릴리(24.7%) 로슈(22.8%) 등이 20%대를 훌쩍 뛰어넘었고 존슨앤존스(12.6%) 노바티스(18.5%) 등은 10%대를 나타냈다.
국내는 셀트리온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39.4%였고 한미약품(18.4%) 대웅제약(13.6%) 종근당(12.3%) 등이 10%대 투자 비중을 보였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해 투자단계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104%에 달했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R&D 비용 확보는 필수다. 딜로이트(Deloitte) 보고서(Measuring the return from pahrmaceutical innovation 2016)에 따르면 하나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드는 R&D비용은 15억3900만달러(1조 7400억원)에 이른다. 최대 매출이 1조원 수준인 국내 기업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 신약개발 산업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국내 산업구조상 기술이전이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전체 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활발한 기술이전과 재투자가 이뤄지는 바이오생태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신약 개발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내 제약사들이 M&A를 통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수준으로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에는 메가펀드 조성을 통한 빅파마 인수, 정부 주도의 메가기업 육성 등의 주장도 나온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바이오산업이 우리 주력산업이 되려면 초기단계에서 모두 기술이전하는 구조는 곤란한다. 국내에 글로벌 3상을 진행 가능한 메가기업이 나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가 일정부문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